중앙일보 "조속한 국정 혼란 수습, 탄핵밖엔 길이 없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동아 尹 탄핵소추 불가피성 인정
한국·경향 尹 체포 요구… 칼럼에서도 윤 사퇴 요구 빗발쳐
여인형 방첩사령관 "尹 총선 후 계엄 꺼내, 무릎 꿇고 만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하야 의사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주요 일간지들이 탄핵소추가 불가피하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냈다. 조선·중앙·동아는 탄핵 절차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체포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자신사퇴나 하야 대신 강제수사와 탄핵 심판에 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한동훈 대표 역시 탄핵 찬성 기류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중동도 인정한 탄핵 투표 불가피성… 한국일보는 구속·체포 요구
이에 12일 주요 일간지들은 국민의힘에 14일 탄핵소추 투표 참여를 요구했으며,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요구한 언론사는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명백해진 내란수괴 혐의… 체포·구속 늦출 이유 없다>에서 “증거로 보나 전례로 보나 내란 혐의가 명백한 만큼,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체포·구속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경우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윤 대통령 스스로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강제수사를 받아들이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그게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 <용산 압수수색·김용현 구속, '내란 윤석열' 긴급체포하라>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법을 위반한 윤석열의 범죄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현시점에서 군·경찰·국정원 간부 등을 한 명 한 명 조사해 윤석열 혐의를 입증하는 수사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윤석열 일당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기회를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당장 윤석열을 체포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 윤석열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지명수배를 내리고 현상금이라도 걸라”며 “그것이 작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권력의 시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지, 질서 있는 퇴진이 적합한지 등 사설을 통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조선일보는 사설 <탄핵소추 가능성 높아지는 尹 거취, '法의 길'이 유일한 해법>에서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이 오히려 무질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헌법이 규정한 탄핵 절차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군 통수권을 비롯한 안보와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까지 예측 가능한 법적·정치적 일정이 제시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정국의 혼란에도 경제와 국제 신인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헌법이라는 나침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법과 법률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용현 구속, 조지호 체포, 용산 압수수색… 임박한 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대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1차 탄핵 표결 전 임기 문제 등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결국 시간 벌기 전략이었던 셈”이라며 “국민적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꼼수가 먹힐 걸로 본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내란죄 수사와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빠져나갈 구멍은 거의 막혔다. 이제라도 본인의 살길보다 혼란의 조속한 수습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조속한 국정 혼란 수습, 탄핵밖엔 길이 없다> 사설에서 “대다수 국민은 이런 중범죄 혐의를 받는 대통령이 왜 내년 2~3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탄핵이라는 간단명료한 절차가 있는데 말이다”라며 “더 시간을 끌면 '윤석열의 자멸'을 '보수의 자멸'로 확대하는 모양밖엔 안 된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더 가라앉기 전에 탄핵안을 통과시켜 정국을 수습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尹 사퇴하라” 신문사 칼럼 이어져
칼럼을 통해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103명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명함>에서 “벼랑 끝에 놓인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을 또 벌일지 이젠 정말 누구도 모른다”며 “답은 단 1분, 1초라도 빨리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다. 자진하야가 아니라면 직무정지를 할 수 있는 건 헌법에 규정된 탄핵 외에 없다”고 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칼럼 <명예를 안다면 대통령직 사퇴하라>를 내고 “혹시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온 국민이 들고일어나게 된다. 윤석열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성 기자는 “대통령 이전에 인간으로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자존심과 명예를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결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렬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역시 <윤 대통령은 왜 아직 그 자리에 있나>를 통해 “과연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었다”고 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尹, 지지층과 黨 부끄럽지 않게 탄핵·수사 임해야>에서 “이번 주말 2차 투표는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한때 당의 어른이었던 대통령의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총체적 지휘 책임을 인정하는 가운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 “尹, 총선패배 뒤 계엄 꺼내” 여인형 발언 보도
한편 중앙일보는 1면 <“대통령, 총선패배 뒤 계엄 꺼내 무릎 꿇고 안된다 만류한 적도”>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4월 총선패배 후인 지난 여름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식사 자리에서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특수본은 여 사령관의 이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한 불만과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 등으로 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지시한 것은 아닌지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 사령관에게 계엄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 사령관은 특수본에 “대통령이 계엄을 점점 더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정말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직언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만류까지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022년 대선 당시 캠프 관계자에 계엄 관련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관계자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이 촛불시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그게 무슨 걱정이냐. 계엄령을 발동해 다 쓸어버리면 되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전가옥에 불러 '계엄 작전 지휘서'를 전달하고 브리핑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면 <“尹, 계엄 3시간 전 경찰 수뇌부에 작전 설명”>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軍) 주요 지휘관뿐 아니라 경찰 지휘부에도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같은 명령을 하달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과 국회·선관위·민주당사·MBC·여론조사 꽃 등 주요 점령 지점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검찰·경찰·공수처 수사 난맥… 한겨레 “경찰 중심” 조선 “합수부 꾸려야”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각 기관들은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압수수색과 체포 주체가 달라지는 등 난맥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마구잡이 중복 수사, 볼썽사나운 전리품 차지 경쟁>에서 “난맥상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세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동시에 나선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서로 무슨 전리품이라도 차지하려는 양 경쟁하는 양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다. 어느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갖느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세 수사기관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는 경찰 중심의 수사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12·3 내란 수사, 권한시비 끝내고 공조본 중심으로 해야>에서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이용해 수사의 주도권을 계속 쥐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눈에는 이번 기회에 공을 세워 조직을 보위하겠다는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야를 거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하루빨리 응당한 처벌을 받기 바라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황성호 동아일보 기자는 칼럼 <'검경공' 혼돈의 계엄수사… 법원의 우려 새겨들어야>에서 “세 기관이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 계엄의 핵심 피의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추고 방어 논리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커졌다”며 “각 기관이 '마이웨이'만 외친다면 그때 가서 특검은 누더기가 된 증거물과 이미 요리조리 빠져나간 피의자들만 넘겨받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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