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동백은 알고 있다…빛나던 압해도 역사를 [신안특집]

이재진 2024. 12. 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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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섬 분재정원 ‘겨울꽃 애기동백 축제’
8회째를 맞는 1004섬 애기동백축제는 코로나 때도 중단되지 않고 열릴 정도로 신안의 명품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번 축제는 12월 13일부터 2025년 1월12일까지 한달간 열린다.

신안군청(박우량 군수)이 둥지를 틀고 있는 압해도의 동서리 마늘밭에는 거대한 입석 하나가 우뚝 서 있다. 높이 4.8m, 너비 1m, 두께 0.5m로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이 돌을 마을 사람들은 '장수 지팡이'라고 불러왔다. 1,500년 전 중국에서 송씨 성을 가진 장수가 난파당해 떠밀려온 후 신안 압해도 송공리에 정착했는데, 송 장수는 돌로 된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일대를 누빌 정도로 천하장사였다고 한다. 그 돌로 된 지팡이가 마늘밭 한가운데 서있는 거대한 입석이다. 송 장수가 바다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서 돌 지팡이를 박아두었다는 데서 '압해押海'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섬이름 유래의 전설이 전해 온다.

고대 해상의 요충지 압해도에는 영웅 전설이 많다. 사진은 압해도 동서리 마늘밭에 있는 입석. 높이 4.8m에 달하는 이 돌에는 '송 장군 전설'이 전한다.

전설 속 송 장수뿐 아니라 압해도를 거점으로 한 영웅이야기는 역사에 실재한다. 신라 멸망 후 왕건과 견훤이 압해도 인근에 거점을 마련하려고 일전을 벌였던 것이다. 드라마 '왕건'으로 알려진 '능창'이라는 인물의 활동 무대가 압해도 인근이다. 물길을 잘 알고 수전水戰에도 능해 '수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능창에 대한 이야기는 '고려사'에도 등장한다.

압해도는 고대 '정보의 하이웨이'

왜 영웅들은 서남해, 특히 영산강 하류 압해도 바다를 장악하려 했을까. 육로가 통하지 않았던 먼 옛날 바닷길은 상품은 물론 학문과 문화가 소통하는 '정보의 하이웨이'였다. 서남해 물산의 중심지이자 내륙 교통의 요지였던 나주로 이어지는 뱃길은 권력을 쥐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던 요충지였던 것이다.

압해도는 고려시대 세계 최강 몽골군을 격퇴한 빛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려 조정이 강화로 피란하자 몽골은 바닷길을 통해 강화도로 들어가는 남쪽 뱃길을 차단해 고려의 숨통을 조일 계획을 짰다. 압해도를 공격해 서남해상권을 장악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1243년 몽골은 전함 70여 척을 몰고 압해도를 공격했다. 하지만 몽골군은 압해도 주민들의 결사항전에 섬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이 때의 이야기가 '고려사절요'에 고스란히 전한다.

해상 요충지 면모 되찾는 압해도

역사적 기록 외에 압해도가 해상세력의 근거지였던 사실은 압해도 송공산성과 인근 섬 고이도의 왕산성 유물로도 증명된다.

2008년 압해대교로 목포와 연결된 압해도는 고대 해상 요충지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2011년 신안군청이 옮겨왔고, 2013년에는 김대중대교로 무안군 운남면과 연결됐다. 그런가 하면 2019년에는 압해도와 암태도가 새천년대교로 이어졌다. 압해도는 내륙과 섬들을 이어주는 신안군의 중핵이 됐다.

암태면 당사도 상공에서 드론으로 찍은 모습. 곳곳에 김양식하는 '김발'이 보인다. 당사도는 한때 '돈섬'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김양식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수심이 깊지도 얕지도 않아서 김양식에 알맞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옆에 딸린 무인도인 삼도·마전도·항도의 모습이 보인다. 

압해도에서 가장 높은 송공산(231m) 남서쪽에 1004섬 분재정원이 있다. 총면적 13만7,000㎡(4만1,500평)의 이 공원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분재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탐방객들을 맞는다. 뿐만 아니라 저녁노을미술관·숲체험관·산림욕장 등 보고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해마다 12월이면 분재정원의 주인공은 애기동백이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봉오리가 뚝 떨어진다. 대개 사찰 주변에 동백꽃이 많은 이유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던 꽃이 한순간에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인생무상의 진리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톨릭에서는 순교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선 선비들은 동백꽃을 매화와 함께 청렴과 지조와 굳은 이상의 상징으로 삼았다.

동백꽃과 다르게 애기동백은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져 바람이라도 불면 흡사 붉은 눈이 날리는 것 같다. 애기동백꽃은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피는데 일반 동백보다 일찍 피며 잎이나 꽃, 열매의 크기가 일반 동백에 비해 작은 것이 특징이다.

명품 축제로 자리 잡은 '겨울꽃 애기동백 축제'

8회째를 맞는 1004섬 겨울꽃 애기동백 축제는 코로나 때도 중단되지 않고 열릴 정도로 신안의 명품 축제로 자리 잡았다. 12월 13일부터 1월 12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이번 축제는 2만 그루의 애기동백꽃 4,000만 송이가 여행객을 맞는다.

겨울이 오면 1004섬 분재정원의 주인공은 애기동백이다. 2만여 그루의 애기동백꽃 4,000만 송이가 여행객을 맞는다. 

전망 좋은 공원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고, 자신의 소망을 담은 느린엽서 쓰기, 다양한 버스킹 공연과 특히 인공제설기를 이용한 눈 내리는 애기동백꽃길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1년에 딱 20일만 나는 신안 곱창김 맛보세요

신안 앞바다는 조수 간만 차가 크고 바닷물이 빠르게 흘러 유기물질과 플랑크톤의 순환이 원활하다. 그래서 해양생물 서식에 최적의 환경이면서 오염물질이 많이 흘러들지 않아 청정한 갯벌로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천혜의 자연에서 자라는 신안 김은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수확되는 물김은 김엽채의 모양이 구불구불하게 생겨 마치 돼지 곱창을 닮았대서 '곱창김'으로 불린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1년에 20여 일 동안만 아주 적은 양이 생산되는 귀한 김이다.

신안 곱창김은 식감이 뛰어나고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와 향긋한 김향과 어우러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일반 김에 비해 영양분이 5배나 많고 굽지 않아도 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으니 마트에서 대량으로 팔리는 일반 김과는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겠다. 김은 필수 아미노산을 흡수하는 데 매우 좋은 식품으로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의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에서 단백질을 44%나 함유한다. 또한 체내 물질대사에 관여하는 인,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칼슘, 규소, 철, 망간 등 필요한 미네랄이 거의 다 망라돼 있는 건강식품이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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