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했던 영화제… '힙'해졌다[국내 3대 영화제 결산]①
BIFAN, 국내 첫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
BIFF, 아이돌 다큐 등 작품 다양화
JIFF, 한옥마을 등서 씨네투어
극장 영화 가치 지키며 외연 확장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시대에 ‘영화제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이 무엇인가’. ‘영화제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특성과 비중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가’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영화제들의 노력과 위기감이 느껴졌다.”
BIFF를 끝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국내 3대 영화제는 △극장 영화 관객 감소 △영화계 정책 예산의 근간이 됐던 영화관입장권 부과금의 폐지 △정부·지자체의 지원금 축소 등 악조건 속에서 행사를 치러냈다.
‘JIFF’와 ‘BIFF’도 AI 관련 포럼을 기획하거나 필름 마켓에 AI 시연 부스를 설치하는 등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도전과 실험을 꾀하면서 극장 영화의 가치와 본질도 지키려는 영화제들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BIFAN’은 지난해 할리우드 총파업을 낳았던 AI를 국내 영화제 중 처음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았다. 국내 최초로 AI 영화 경쟁 부문을 신설하는가 하면, AI 국제 콘퍼런스와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을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필름 메이킹 워크숍에는 30명 선발에 지원자 600명이 몰려 정원을 60명까지 늘렸다.
BIFF는 올해 비즈니스 네트워킹 및 판권 거래가 이뤄지는 아시아 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글로벌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AI 관련 부스를 처음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영화제와 협업한 것은 ‘BIFF’가 최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필름마켓 당시 AI 콘퍼런스, 코파일럿 등 프로그램 시연 행사가 가장 북적였다”고 전했다. JIFF는 올해 ‘전주포럼 2024’에서 ‘AI 저작권과 초상권’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배장수 BIFAN 부집행위원장은 “국내외 영화제들이 AI를 적극 수용해가는 과정 속에서 내년 AI 워크숍, 콘퍼런스, 경쟁 부문 등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외연 확장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돋보인 한 해였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IFF’는 29년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작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을 선정해 주목받았다. 방탄소년단 RM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부터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 작품들도 대거 초청했다.
또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란 슬로건 하에 아시아 신진 영화인과 영화 발굴의 장이란 정체성을 새롭게 내세웠다. 내년에 열릴 30회 BIFF에 ‘국제 경쟁’ 부문을 새롭게 신설함으로써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외연을 넓히겠단 방침이다.
‘JIFF’는 ‘독립예술영화의 산실’이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 관광 및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영화제 관객층을 확장하려 노력했다. 여행지로서 전주의 위상과 영화제의 색채를 결합한 ‘전주씨네투어’가 대표적이다. ‘JIFF’는 매년 독립영화계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친 소속사의 배우들을 초청하는데, 이들의 출연작을 전주 주요 관광지에서 야외 상영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김형래 BIFF 홍보실장은 “각 영화제들이 줄어든 지원예산 속에서 고심해 마련한 자구책들이 눈에 띈다”면서도 “변화와 도전에도 영화제 정체성과 뿌리는 해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방향성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내년 개최를 앞두고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실장은 “국내 극장 영화산업의 침체로 악화한 제작 환경 탓에 향후 1~2년 동안 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할 한국 영화가 없는 사태까지 걱정하고 있다”며 “영화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장수 BIFAN 부집행위원장도 “과거와 비교해 현재 영화제의 관객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다시 성찰해봐야 한다”면서 “극장 영화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영화제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면밀히 파악해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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