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탄핵 찬성' 5표 이상...인용 땐 '장미 대선', 기각 땐 尹 부활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14일로 예정된 탄핵 표결 결과와 향후 일정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진 하야하는 대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들이 늘고 있어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가결시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고, 이후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내년 5∼6월 '장미 대선'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 만약 기각 또는 각하된다면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월 하야·4월 대선', '3월 하야·5월 대선' 등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2가지 초안을 마련해 당내 의견 취합 후 대통령실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자진 하야'보다는 '탄핵 심판'에 무게를 두고 법률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선 조속한 정국 수습을 위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즉시 정지하는 탄핵에 찬성하는 이탈표가 늘고 있다. 1차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김재섭 의원은 전날 탄핵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김재섭 의원 등 5명이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유동적이지만 당내 찬성 의원이 10명 전후에서 늘었다, 줄었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재적 의원(300명) 3분의 2 이상인 200명 이상 찬성시 가결된다. 1차 탄핵 표결 당시엔 범야권 192명과 여당 의원 3명(안철수·김예지·김상욱) 등 195명이 참여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불성립으로 탄핵안이 폐기됐다.
만약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 여론과 대통령실의 조기 퇴진 거부 등의 입장을 반영해 하야 대신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다면 표결 참여와 탄핵 찬성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대표의 측근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윤 대통령이) 차라리 탄핵을 하라는 분위기가 확인된다면 토요일 탄핵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용산의 입장이 확인되면 상설특검에 찬성했던 22명보다 더 많은 숫자가 찬성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의 대통령 직무와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탄핵안 가결로부터 91일 만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 가결 63일 만에 기각됐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례를 따른다면 내년 3월, 늦어도 헌법재판관 2명(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까진 탄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인 내년 5~6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획책 혐의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 농단보다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해 심리 기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변수가 적지 않다. 현재 6인 체제로 3인이 공석인 헌재가 대통령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여전한다. 헌법 113조는 탄핵 결정에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 심리에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하지만 헌재는 지난달 14일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해 재판소 기능을 복원했다. 재판관 6인이 모두 동의한다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재판관 6인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 사안을 결론내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6일 "(6인 체제에서도) 탄핵 심판 등 헌법재판의 변론을 열 수 있다"면서도 "결정까지 가능한지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이념 성향도 탄핵 심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 등은 중도·보수 성향이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현 정부에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 임명돼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각각 추천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하야보다는 탄핵을 선호하는 배경에 대해 "탄핵이 되면 지금 6명 밖에 없는 헌법재판관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된다"며 "내년 4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헌법재판관 2명이 바뀌면 더 유리하다라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한다면 윤 대통령은 법적 권한이 부활하고 직무에 복귀한다. 이번 계엄 사태와 내란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 중인 검찰·경찰·공수처가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윤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혼란이 예상된다. 구속 상태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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