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빠진다"…금리 내려도 월세는 고공행진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아파트 월세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 105만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전문가들은 전월세 매물 부족 여파에 월세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월세 거래(1~11월 거래, 반전세 포함) 87671건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0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102만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1분기 103만원이던 월세는 2분기 108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3분기와 9~11월 106만원과 103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평균 월세 100만원을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7.76으로 전월 대비 0.17% 상승했다.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덮친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 연속 상승세다.
월세 가격 상승세는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에 빠지며 아파트 월세로 일부 수요자가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월세수급지수는 102.4로 1년 전 95.1보다 7.3포인트(p) 상승했다. 지수는 100보다 클수록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던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까지 10월 100.5를 기록하면서 서울 모든 지역이 100을 넘어섰다.
월세 시장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전세 수요도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월세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전세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전월세 모두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01.1로 5개월 연속 기준인 100을 넘어섰다. 전세가격지수 또한 10월 기준 90.87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수요자로서는 주거비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은행은 0.25%포인트(p)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췄고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월세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11일 집계 기준)은 3만2956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만5921건) 대비 8.3%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2만521건에서 2만196건으로 1.6% 감소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6일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서 전국 주택 전셋값이 올해보다 1.0%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5년 입주 물량이 소폭 감소해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와 월세는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라며 "금리인하로 월세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어나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내년 전셋값이 상승하면 월세도 그에 맞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택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는 '월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전세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 기준 전월세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7월 39.54%에서 9월 42.92%까지 상승했다. 10월 41.12%로 일부 낮아졌지만 계약 신고기간이 남은 11월 44.09%로 다시 상승 전환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해 월세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면서 "주택 시장에서 월세화가 계속된다면 수요가 몰리면서 월세가 덩달아 뛰며 세입자의 생활고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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