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멱살잡이’ 박경석 전 장군 “12·3 내란 장성들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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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국회로 가면 역사의 심판이 뻔하잖아요? 그 사람들, 혼나야 돼요."
12·12와 5·18에 가담한 군 장성들의 무공훈장 수여 심사를 거부하고 군복을 벗었던 박경석(91·예비역 육군 준장) 작가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군 장성들이 철없는 대통령 밑에서 철없는 짓을 했다. 썩어빠진 과욕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육군공적심사위원장은 12·12 쿠데타와 5·17 내란, 5·18 학살에 가담한 전두환 등의 무공훈장 수여 심사를 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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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국회로 가면 역사의 심판이 뻔하잖아요? 그 사람들, 혼나야 돼요.”
12·12와 5·18에 가담한 군 장성들의 무공훈장 수여 심사를 거부하고 군복을 벗었던 박경석(91·예비역 육군 준장) 작가는 10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군 장성들이 철없는 대통령 밑에서 철없는 짓을 했다. 썩어빠진 과욕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야전을 두루 거치며 숱한 전공을 세웠던 그는 전두환 등 하나회 출신 ‘정치군인’을 멀리했다.
전두환과는 악연으로 엮였다. 그는 전씨를 1964년 육군대학 1년제 정규 과정에서 같은 반 학우로 만났다. 박 작가는 1950년 6월 첫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 생도로 입교했다가 한국전쟁이 터져 임관하지 못하고 전장에 투입됐다. 중령으로 학급 반장이었던 박 작가는 친형인 육군방첩부대장 박영석 장군이 윤필용과 교체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치군인이 점령하는군” 하고 툭 한마디를 던졌다. 소령이었던 전두환이 대들었고, 티격태격 싸우다가 멱살잡이까지 했다.
전두환과의 악연은 이어졌다. 박 작가는 1980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차장을 맡고 있었다. 소장으로 진급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인사참모부 차장은 육군공적심사위원장을 겸직한다는 점이었다. 육군공적심사위원장은 12·12 쿠데타와 5·17 내란, 5·18 학살에 가담한 전두환 등의 무공훈장 수여 심사를 맡아야 했다.
“무공훈장은 적과의 전투에서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줘야지요. 그런데 광주시민들이 적이 아니잖아요? 별 하나 더 달고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야전에서 거쳤던 ‘노병’ 박 작가는 1981년 7월31일 군을 나왔다. 이후 국영기업체 감사로 임명받았지만, 그마저도 거부했다.
박 작가는 정치에 군대를 동원한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까지 한 게 최고치였는데, 부인 꾐에 넘어갔고 과욕을 부렸다. 역사의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충남 연기 출신인 박 작가는 판사로 공주지원장을 지냈던 장형을 통해 윤 대통령의 부친을 알고 있었다. 박 작가는 “윤 대통령이 대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철없는 자들이 이 나라를 흙탕으로 몰고 가는구나’라고 걱정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에 동조한 군 고위 장성들의 ‘몰역사적 행태’도 엄정하게 비판했다. 박 작가는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가면 반국가사범으로 처벌받는다는 것이 명백한데도, “더욱 출세하려고 저지른 행위”라고 봤다. 앞으로 12·3 내란사태에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게 ‘노장군’의 생각이다. “잘못된 명령은 버리고 과감하게 나와야지요. 용서하면 안 돼요. 철이 덜 든 장성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해야 해요. 그래야 후대에 교훈이 되지요.”
군을 나온 박 작가는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현역 장교 시절 필명 ‘한사랑’으로 시와 소설로 등단했던 작가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전두환이 “회고록을 써달라”는 ‘미끼’를 또 던졌다. 박 작가는 미국에 사는 딸 집으로 잠시 피하기도 했다. 그동안 친일파 장성들의 거짓 행적을 파헤친 글, 군사 평론, 시와 소설에 집중했다. 2022년 낸 에세이집 ‘정의와 불의’가 87권째 작품이다. 아내 김혜린 화가가 박 작가가 걷는 ‘외길’의 동행자다. “군에서 깨끗하게 나와서 행복해요. 역사 저작을 전쟁기념관에 기증해 남기는 게 마지막 소망이에요.”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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