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퇴진 거부하니 우리도 원칙대로"... 한동훈 '탄핵 찬성' 급선회
소장파 의원들 잇단 탄핵 찬성 선언도 영향
14일 탄핵 가결 가능성 높아져...계파 갈등 예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끝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으로 마음을 굳혔다. 앞서 사회 혼란과 보수 분열 등을 우려해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윤 대통령이 이런 조기 퇴진안마저 수용하지 않으면서다. 이에 따라오는 14일 탄핵 소추안 표결은 가결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여러 채널 통해 尹에 조기 퇴진 제안했으나 거절당해"
한 대표가 띄운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10일 ‘2월 퇴진 후 4월 대선, 또는 3월 퇴진 후 5월 대선’을 골자로 조기 퇴진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해법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1일 본보에 “여러 채널을 통해 수차례 조기 퇴진 방안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이 불과 나흘 만에 약속을 걷어찬 것이다.
배경에 대해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조기 퇴진보다는,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헌재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 탄핵 소추가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본보에 "내년 4, 5월에 대선을 치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확정 판결이 나기도 전인데, 차라리 탄핵 절차를 통해 이 대표 확정 판결 뒤가 될 수도 있는 내년 6월 이후 대선을 치르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소장파 의원들 잇단 탄핵 찬성 선언도 영향
당내 비윤석열계와 소장파 의원들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하며 고집을 피우자 '계엄 동조 세력'으로 몰릴 수 없다는 판단에 속속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고 못 박았다. 14일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뜻이다. 김재섭 의원은 앞서 7일 1차 표결 때는 불참했다.
7일 표결에 참석했지만 반대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는 MBC라디오에 나와 조기 퇴진론에 대해 “대통령이 불안정한 상황인데, 그사이 국군통수권을 비롯해서 법적인 권한 자체를 박탈할 수가 없고 국민도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핵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김상욱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 수가 "10명 전후"라고 전했다.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해도 탄핵 소추안은 가결된다.
"한, 원래부터 계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6시간가량 비공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한 만큼 탄핵 찬성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입장과, 윤 대통령을 더 설득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에 따른 국론 분열과 보수 지지층의 배신감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대표는 논의 끝에 탄핵 찬성으로 기울었다. 한 측근 인사는 “한 대표는 원래부터 '계엄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혼란 최소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질서 있는 퇴진을 거론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당이 제시한 대안을 받지 않고 탄핵 심판을 받겠다고 하니 원칙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탄핵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중시한다"는 대권 주자로서의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14일 탄핵 가결 가능성 높아져...계파 갈등 예상
한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급선회하면서 오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재표결에서 가결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친윤석열계는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탄핵은 물론 조기 퇴진도 거부하며 개헌을 통한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대선을 치르는 방안, 즉 윤 대통령 임기를 1년가량 단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다만 개헌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친윤계 역시 윤 대통령이 차선책으로 여기는 탄핵 소추 불가피론으로 쏠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12일 원내대표 선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원조 친윤계인 5선 권성동 의원과, 비윤계 4선 김태호 의원의 양자 구도로 치러진다. 권 의원이 당선되면 한 대표와의 갈등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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