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탄핵 찬성이 3분의 2 돼야 당론 변경”… 비윤 “자유투표 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14일)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 당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 “탄핵안 가결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퍼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조기 하야(下野)보다는 탄핵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각을 바꾼 의원들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후 당론이 바뀐 적은 없지만 ‘탄핵 찬성’ ‘자유 투표’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만 친윤계는 “’탄핵 반대’ 당론을 바꾸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탄핵 불가론’을 고수했다.
비윤 성향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2차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적 공백을 초래하고 민심이 수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하야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 의원에 이어 5명으로 늘었다. 김태호·배현진·김소희·우재준·진종오 의원 등은 찬반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당초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내걸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대비해 법률 대리인단을 꾸리는 등 하야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가 ‘탄핵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내년 2·3월’ 조기 퇴진안(案)을 제안한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의 이양수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에서 조기 퇴진안을 가지고 대통령실을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경우 한동훈 대표는 이르면 12일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도 이날 당내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탄핵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애초 한 대표가 제안한 ‘질서 있는 퇴진’은 당원들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를 감안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계엄 사태와 관련한 각종 폭로가 나오고, 내란 혐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더는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했다.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반대 당론을 정했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표결에 불참했었다. 하지만 2차 표결 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영남권 비윤계 의원은 “어제만 해도 반대표를 던질 생각이었지만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탄핵 반대’ 당론에 균열이 생기자 친윤계의 ‘탄핵 반대’와 비윤계의 ‘자유 투표’ 주장이 충돌하는 양상도 벌어졌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론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면서 언제쯤 조기 퇴진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논의가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한·비윤계 의원만으로는 당론 변경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반면 비윤계 원내대표 후보인 김태호 의원은 2차 탄핵 표결과 관련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번에는 당론이 정해지면 자유 의지를 갖고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를 표시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12일 새로 뽑는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도 계속됐다. 친윤계와 일부 중진 의원은 권성동 의원, 친한계와 초·재선 의원 일부는 김태호 의원을 주로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이 텔레그램 메시지로 권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 명단을 다른 친윤 핵심 의원에게 보내는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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