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발표 3시간전 경찰청장·서울청장과 '안가 회동' 의혹

문광민 기자(door@mk.co.kr), 박동환 기자(zacky@mk.co.kr), 권선우 기자(arma@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12. 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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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 전격 체포
김용현 전 국방장관도 참석
尹이 A4문건 직접 전달해
국회 등 장악대상 10여곳 지정
경찰청장 기존 해명과 달라
계엄 관련 '경찰 책임론' 증폭

◆ 비상계엄 후폭풍 ◆

비상계엄과 관련한 자료 확보에 나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11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오고 있다. 국수본은 이날 대통령실의 거부로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일부 자료만 임의 제출 방식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환 기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3시간 전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불거졌다. 이 회동에서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언질을 받았다고 한다. 계엄 선포 당일 조 청장의 동선을 경찰이 국회에 허위로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계엄 선포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가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협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 책임론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지난 3일 저녁 7시께 윤 대통령 호출로 삼청동 안가로 이동했다. 삼청동 안가 회동에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을 적은 A4 문서 한 장을 조 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악 대상에는 국회, 문화방송, 유튜버 김어준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 등 10여 곳이 적혀 있었다고 조 청장이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 청장 진술은 계엄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기존 주장과 어긋난다. 이전까지 조 청장은 지난 3일 오후 6시 2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지만 계엄령 관련 언질은 없었고, 자신도 윤 대통령 담화를 TV로 접했다고 해명했다.

조 청장의 진술은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조 청장의 당일 동선과도 배치된다. 제출 자료상 조 청장은 비상계엄 발표 전인 오후 5시 42분께부터 6시 28분까지 집무실에, 밤 10시 2분까지 공관에, 이후 자정까지 집무실에 있었다. 삼청동 안가에 다녀온 기록은 빠져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안가 회동과 관련한 진술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특수단은 경찰 최고 책임자인 조 청장과 서울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서울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하루아침에 조직 내 '넘버 1·2'가 사라지자 일선 경찰들은 술렁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A경감은 "역대 경찰청장이 부실 수사나 비리 의혹 등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직 청장이 긴급체포되는 경우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경찰의 명예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날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특수단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대통령실 거부로 무산됐다. 대신 대통령실과 협의 끝에 임의 제출 형식으로 일부 자료를 제공받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피의자들의 혐의를 차례로 입증한 이후 수사의 칼끝을 '내란 수괴(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에게 겨눌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경찰은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특수단 소속 수사관 18명은 정오 전에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특수단 수사 인력의 손에는 압수수색 때 쓸 파란 박스가 들려 있었고 디지털포렌식 장비도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영장에는 4개 장소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실과 대통령 집무실, 경호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서문 안내실 2층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던 특수단 측은 안내실 1층 방문데스크에서 경호처 직원에게 "4개 장소 책임자를 불러달라. 영장 집행과 관련해 협의를 하고 싶다"고 재차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특수단의 요구에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안내실에서 특수단 측과 협의했으나 결국 이날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는 군사상 비밀 및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해선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용산 시설 책임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특수단은 임의 제출 형식으로 대통령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기로 했다. 특수단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됐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번 압수수색 시도는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이 군 지휘관에게 전화로 전한 발언이 폭로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지난 10일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은 "대통령이 비화폰(보안전화)으로 직접 전화했다"며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이 보고한 포고령 초고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지시하며 포고령 작성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경찰이 추후 대통령 신병 확보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광민 기자 / 박동환 기자 / 권선우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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