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면 깔수록 충격” 국회 앞 시민들 커지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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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어 불을 들어 짙은 어둠이 내리면 /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거리로 모두 나와서/ 하나둘씩 입을 열어 크게 노래를 부르자 /새날이 오리라 새날이 오리라."
11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고등학교 2학년 박정민양은 긴 발언보다 노래가 이날의 풍경과 마음을 잘 보여준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가수 안예은의 노래 '새날' 한 소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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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어 불을 들어 짙은 어둠이 내리면 /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거리로 모두 나와서/ 하나둘씩 입을 열어 크게 노래를 부르자 /새날이 오리라 새날이 오리라.”
11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고등학교 2학년 박정민양은 긴 발언보다 노래가 이날의 풍경과 마음을 잘 보여준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가수 안예은의 노래 ‘새날’ 한 소절을 불렀다. 이어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12·3 내란사태가 있던 날 밤 내 가족, 친구들, 선후배들이 한숨도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국민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외쳤다. 시민들은 환호하고 손뼉 치며 박양의 노래에 화답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 촛불’ 집회에 응원봉과 촛불을 든 시민들이 빼곡하게 모여들었다. 주최 쪽은 약 5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시민들은 에스파의 노래 ‘위플래시’에 맞춰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 “해체 해체 국힘당 해체”, “승리 승리 국민이 승리”란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민들은 속속 드러나는 내란 정황과 윤 대통령의 황당한 국정 운영에 분노의 크기를 한층 더 키운 모습이었다. 아내와 집회에 참여한 김아무개(54)씨는 이날 한겨레가 보도한 윤 대통령의 ‘가짜 출근 정황’에 대해 “까면 깔수록 충격”이라며 “어디까지 국민들을 속여왔는지 짐작조차 힘들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정아무개(59)씨도 “집에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속이 더 터지는 느낌이라 집회에 참여했다”며 “평소 행실에 짐작은 했지만 ‘가짜 출근’ 쇼까지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통령 출근마다 도로 통제가 이뤄졌을 텐데 시민들만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을 겪은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도 급박하게 전해지는 12·3 내란 관련 뉴스를 접하며 느낀 갑갑함을 토로하는 시민도 많았다. 인천에서 온 박세나(25)씨는 경찰 수장들과 윤 대통령의 ‘안가 회동’을 언급하며 “모두 한 패이면서 서로 책임 미루는 모습에 분노스럽다”고 했다. 박씨와 함께 온 주효청(25)씨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극단적 시도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살아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비상약, 생수, 핫팩, 응원봉 등을 나누며 상부상조하는 집회 모습도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별 모양의 응원봉을 여유 있게 챙겨와 주변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타이레놀·생수·생리대·초코바 상비 중’이란 팻말을 목에 건채 집회 주변에 자리를 잡은 임송연(25)씨는 “시위 현장에 먼저 나간 친구들에게 현장 열기가 뜨거워 몸이 무리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여하다 몸살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상비약을 나눠주기 위해 이곳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윤 대통령이 퇴진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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