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응원봉 든 어르신 봤다"…4050도 응원봉 들고 나타났다[르포]

최지은 기자, 박진호 기자 2024. 12. 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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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응원봉 들고 계신 분들 보면 함께 사진도 찍어요."

11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구모씨(41)는 하늘색 빛이 나는 응원봉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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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구모씨(41)가 가져온 1세대 아이돌 god(지오디) 응원봉./사진=최지은 기자


"같은 응원봉 들고 계신 분들 보면 함께 사진도 찍어요."

11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구모씨(41)는 하늘색 빛이 나는 응원봉을 들어 보였다. 응원봉에는 1세대 아이돌그룹 god(지오디) 이름이 선명히 적혀있었다.

지오디의 오랜 팬으로 아내와 함께 콘서트도 자주 간다는 구씨는 "원래는 LED 촛불을 가지고 다녔는데 발광력이 안 좋았다"며 "처음에는 응원봉을 가져오는 게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어제 60대 어르신이 가수 조용필의 응원봉을 가져온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같은 팬을 보면 소속감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촛불 대신 K-POP(케이-팝) 가수의 응원봉을 드는 문화가 새로운 집회 문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중장년층도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가세했다.

이날 김모씨(59)는 아내와 함께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왔다. 김씨는 "우리 부부는 모두 소녀시대의 팬"이라며 "평소 콘서트도 다니는데 다들 응원봉을 가져오길래 우리도 챙겨왔다. 딸들도 인정하는 찐팬(진짜 팬)이라 민망하거나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여한 김모씨(59)가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응원봉을 들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전남 목포시에서 왔다는 박모씨(49)는 최근 아이돌그룹 2ne1(투애니원)의 응원봉을 구매했다. 박씨는 "예전부터 팬이긴 했는데 집회뿐 아니라 여러 군데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아 얼마 전에 샀다"며 "원래 빅뱅 걸로 사고 싶었는데 배송이 더 느리기에 투애니원의 응원봉을 선택했다"고 했다.

자녀들이 구매한 응원봉을 빌려온 이들도 있었다. 김모씨(70)는 "지난 일요일에 집회에 왔는데 촛불을 든 사람은 나이 든 이들뿐이었다"며 "오늘 급하게 현장에서 불빛이 나는 응원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내는 아이돌그룹 틴탑의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그는 "딸이 틴탑을 좋아하는데 몇 년 전 콘서트를 간다고 응원봉을 사놓은 게 있어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모씨(53)는 "딸이 워너원 팬이라 응원봉을 가지고 있는데 집회에 가져간다고 했더니 배터리를 바꿔줬다"며 "다른 가수의 응원봉도 있는데 지인들에게 빌려줄 수 있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이나 경광봉, 깃발 등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한 시민이 확성기를 들고 "윤석열"을 외치자 시민들은 "탄핵하라"고 답했다. 한 중년 남성은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북을 가져와 박자에 맞춰 두드렸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주변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70)는 "지난 일요일에 집회에 왔는데 촛불을 든 사람은 나이든 이들뿐이었다"며 "오늘 급하게 현장에서 불빛이 나는 응원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아내는 아이돌그룹 틴탑의 응원봉을 들고 있었다. 그는 "딸이 틴탑을 좋아하는데 몇 년 전 콘서트를 간다고 응원봉을 사놓은 게 있어 가져왔다"고 말했다./사진=박진호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는 11일 오후 6시부터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촛불 행동은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매일 진행된다. 자유통일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오는 14일까지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해당 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오는 14일 오후 5시 표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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