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검찰 수사 안 돼”… 국민의힘은 “검찰 방해 안 돼”

오늘(11일) 새벽, 검찰이 ‘윤석열 내란’의 주요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했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동시에 ‘12·3 내란’ 사건을 두고 경쟁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검찰이 김 전 장관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내란죄의 부분은 경찰에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오늘(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내란죄 수사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나중에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 능력의 문제가, 문제될 수도 있으니까 사전에 수사기관들끼리 빨리 협의를 해서 바른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겠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또는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라면, 직권남용 부분은 당연히 소추가 안 되고 내란죄의 부분은 경찰에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현재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는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 등을 징검다리 삼아 내란죄 수사를 하려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윤석열 내란’ 사건에서도 부실·봐주기 정황...주범 윤석열 아닌 김용현으로 몰아

윤석열 집권 이후 윤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사건을 줄줄이 무혐의 처분한 검찰은 이번 12·3 내란 사건에서도 부실·봐주기 수사를 의심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박세현은 윤석열 총장 시절에 대검 국제협력단장입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검 형사부장으로, 고검장으로 승진한 사람입니다.

 차장급으로 합류한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윤석열 총장 시절에 대검 연구관이었죠.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최재순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이번에 (검찰 특별수사본부) 참여했습니다. 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윤석열과 호흡을 맞추던 사람입니다.
- 이성윤 의원 /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실제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곽종근 육군특전사령관은 어제(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전 장관을 내란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국 의원(조국혁신당): 검찰 특수본 수사 담당 검사가 곽 사령관님에게 질문을 하는데, 질문 내용에서 이번 내란 음모와 내란 실행 등등과 관련해서 김용현 중심으로 이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질문했죠? 윤석열이 아니라, 김용현 중심으로 이것이 다 진행된 것처럼 질문했죠? 
●곽종근 육군특전사령관: 그렇습니다.
- 국회 국방위원회 (2024.12.10.)

검사 출신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친정’인 검찰이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이 불신을 갖고 “너(검찰)는 안 된다”고 굳이 얘기하는데, “나 아니면 안 된다”라는 고집을 계속 검찰이 피운다고 한다면 비상계엄을 끝내 밀어붙였던 윤석열 씨와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이냐.
- 박균택 의원 /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오동운 공수처장 “윤석열 체포 검토”… 국민의힘 “공수처는 수사 역량 부족”

수사의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검찰과 달리, 내란죄 수사 권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수처가 거듭해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석열은) 내란수괴로 피의자로 입건됐고. 즉시 체포할 의지 있어요, 없어요?
●오동운 공수처장: 저희도 지금 수사 열심히 하고 있고, 또 그런 것도 지금 체포와 관련돼서 검토하겠습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 공수처가 해야 해요. 공수처가 윤석열 구속영장 내야 돼요. 윤석열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 내야 돼요. 이번에 그렇게 합니까 그러면? 또다시 검찰에 뒤지고 이렇게 합니까, 아니면 먼저 합니까? 왜 국회의원들이 이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공수처가 해야 되기 때문에 그게 맞으니까 그렇게 하라는 거 아닙니까.
●오동운 공수처장: 최선을 다해서 우리 수사진하고 그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하겠습니다.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며 검찰편을 들고 나섰다.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국회에서 이미 받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어떤 욕심 때문에 지금 신속한 수사를 방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곽규택 의원 /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국민의힘 조배숙 “내란죄 신중하게 접근해야”, 윤상현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지난 7일, 집단 퇴장하며 ‘윤석열 탄핵안’을 폐기시켰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늘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부인하고 위헌적인 계엄 선포를 정당한 정치 행위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오늘 국회 법사위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죄와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조용히 하라”며 여러 차례 고성을 질렀다.

●조배숙 의원(국민의힘): 과연 이것이 내란죄냐. 이 부분은 우리가 좀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사에 남는 질문…
●조배숙 의원(국민의힘): 조용히 하세요!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사에 남는 질문…
●조배숙 의원(국민의힘): 조용히 하세요!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4.12.11.)

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12·3 내란을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감쌌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 제지했지만, 윤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국민의힘):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 계엄은 고도의 정치 행위, 통치 행위로 보고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윤상현 의원님, 대통령의 명에 의해서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걸 통치 행위로 얘기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윤상현 의원(국민의힘): 네, 의장님께서도 일단 대법원 판례를 공부해 보십시오. 
- 국회 대정부질문 (2024.12.11.)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이 12·3 내란 사건의 수사를 맡는 게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가동해 12·3 내란 공동수사에 나선다. 한편, 오는 14일 토요일 국회는 윤석열 탄핵안을 다시 표결에 부친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