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내란] "경찰이 윤석열 체포하라, 되도록 빨리"...강일구 전 서울청 반부패수사대장
어제(10일), 경찰내부망에 올라온 한 현직 경찰 간부의 글이 종일 화제가 됐다. “경찰(국가수사본부)은 머뭇거리지 말고 윤석열 체포에 나서라”는 내용이었다. 안그래도 “검찰은 ‘윤석열 내란’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더 주목받았다.
글을 쓴 사람은 현재 서울경찰청 112상황팀장인 강일구 총경.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서울 성동경찰서장 등을 지낸 강 총경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통이다. 내란 혐의자 윤석열의 첫번째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과 윤석열 검사의 변호사 소개 의혹(2012년), 첨예한 검경 갈등을 불러왔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뇌물수수 사건(2013년) 등을 수사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내란’ 사건을 두고 벌어진 각종 논란, 특히 검찰과 경찰이 대립 양상을 보이는 수사 관할권 문제, 검경의 수사 자격과 능력 등에 대한 강 총경의 생각을 들어봤다.
Q: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신병 확보가 시급해 보이는데.
빨리 하는 게 좋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 자꾸 해야 한다. 체포영장도 받아보고, 실패하면 긴급체포도 해야 한다. ‘윤석열 내란’ 사건 수사는 은밀성을 포기하고 해야 하는 수사다. 은밀성을 지키다 보면 수사하는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수사 과정을 국민들께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진행해야 한다.
Q: 오늘 새벽 경찰이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긴급체포했다.
마음 아프다.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고 개인적인 인연도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이 지금 안 하면 나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Q: 수사 권한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내란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이 갖게 됐다. 경찰 외에는 어느 기관에도 합법적인 수사 권한이 없다. 하지만 경찰이 혼자 할 수 없는 사건이다. 경찰, 검찰, 공수처가 같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서는 것이 좋다. 일단 그렇게 하는 게 국민들 보기에도 좋다. 검찰과 경찰은 각자 잘 하는 게 있다. 서로 보완하면서 수사가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형식적 권한이 있는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검찰과 공수처 등과 공조해야 한다. 기소와 재판을 생각한다면, 증거 수집이나 신병 확보는 경찰이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기소, 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집 증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Q: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구속하면서 검찰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수사 관점에서 보면,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신병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은 매우 잘 한 수사다. 경찰 입장에서는 큰 실수를 한 셈이다. 경찰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Q: 경찰 내부망에 “윤석열 내란 수사 머뭇거리지 마라” 라고 쓴 이유.
이런 사건을 수사하면서 머뭇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처음 겪는 일이고 너무 중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여전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자칫 수사를 잘 못하면, 과거 반민특위가 순식간에 해체되고 다 끌려나갔던 것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 수사를 빨리 진행하고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수사하는 사람도, 수사받는 사람도 생존이 걸린 문제다. 수사에 문제가 생기면, 수사한 사람이 죽는 사건이다. 내란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사한 사람이 내란 혐의를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사다. 오로지 사명감을 가지고 법과 원칙을 믿고 가야 한다. 문제는 속도다.
Q: 경찰과 검찰 모두 ‘윤석열 정권 부역자’, ‘내란 부역자’라는 비판을 받는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검찰이나 경찰이나 모두 자격이 없는 건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에 부역한 책임이 있다. ‘윤석열 내란’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경찰보다 검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검찰은 그때그때 검찰 조직에 유리한 지 여부를 따져 자기 조직에 유리한 수사는 하고, 그렇지 않은 수사는 안 해 온 조직이다. 그리고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이 검찰총장 출신이다. 물론 경찰의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을 버리고 갈 수는 없다. 검찰을 이용하고, 경찰이 움직여야 한다. 잘못한 것에 대한 평가와 조치는 그것대로 하면 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일 뿐이다.
Q: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동조자들을 봐주기 수사할 우려는 없을까.
합리적인 의구심이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자기에게 필요하다 판단하면 무슨 짓이든 하는 조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사건도 검찰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철저히 수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검찰이 딴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혼자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경찰, 공수처가 다 같이 나서 견제해야 한다. 군검찰도 마찬가지다. 각 기관이 서로 장난 못 치게 계속 들여다보고 시비 걸고 따져야 한다. 국민, 언론, 국회가 할 일이기도 하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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