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 한동훈, ‘내란 수괴’ 탄핵에 정치생명 걸라

김순덕 칼럼니스트·고문 2024. 12. 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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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동훈’ 이미지를 깰 기회는 이번뿐이다. 한때 깍듯이 모신 보스였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든,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과의 질긴 연을 끊고 홀로 설 때는 지금이 마지막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대국민담화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한동훈은 정치지도자로서 믿음직했다. 국회로 달려가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비상계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고, 친윤 세력의 방해공작을 뚫고 결국 성공했다.

그 기상과 기개로 한동훈은 ‘탄핵 트라우마’ 속에 고뇌하는 국힘 의원들을 돌려 세워야 한다. 최소한 국힘의 탄핵 반대 당론을 깨고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투표를 맡기는 데 대표직을 걸기 바란다. 당 대표라는 ‘직’은 그런 데 걸라고 있는 것이다. 성공하면, 한동훈은 당을 내란 수괴에서 구해낸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실패하면? 내란 수괴가 버티는 정당에서 무슨 정치를 한다는 건가.

● 윤석열을 더는 믿을 수 없다

한동훈이 탄핵에 앞장서야 할 이유는 첫째, 윤석열은 역시 못 믿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7일 오전 국회 탄핵 표결이 있기 전, 윤석열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뒤 단상 뒤로 퇴장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래놓고 국힘에서 10일 조기 퇴진안(내년 2~3월 퇴진, 4~5월 대선)을 마련하자 윤석열은 하야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당장 탄핵 투표 가결만 막겠다고 또 한번 전 국민을 속인 꼴이다. 설령 윤석열은 약간의 뜻이 있다 해도 김건희가 반대하면 과연 내려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둘째, ‘질서 있는 퇴진’이란 없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과 사익추구를 허용해 탄핵에 몰렸던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때 질서 있는 퇴진 소리가 나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박근혜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던가?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막고, 계엄군을 지휘한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명령했던가?

● ‘탄핵 트라우마’에 빠질 이유가 없다

박근혜는 2016년 11월 초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야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적도 있었다. 그러고는 일방적으로 김병준 총리 내정을 발표해 어그러졌던 거다. 결국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세 번째 대국민 담화를 냈고, 여야 정치 원로뿐 아니라 종교계 어른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내년 4월 퇴임, 6월 대선’ 일정을 내놓아 새누리당(지금의 국힘)이 12월 1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석열처럼 한밤 중 국무회의 같지 않은 국무회의에서 거의 모든 국무위원들이 반대하는데도 계엄을 밀어붙인 광기 어린 대통령을 몇 달 씩 ‘대통령직’에 놔두고도 ‘질서’가 유지되리라는 국민은 단언컨대, 많지 않다. 국힘은 물론 한때 윤석열을 지지했던 보수층이 ‘탄핵 트라우마’에서 허우적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때는 탄핵 찬성 여당 의원들이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지만 지금은 윤석열이 배신자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고,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를 배신한 내란 수괴가 윤석열인 상황이다.

● 내란 수괴를 싸고도는 정당으로 남을 텐가

결국 윤석열의 대통령 권한을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방법은, 탄핵뿐이다.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자진 하야가 좋겠으나(지난번 도발 ‘친위 쿠데타 실패로 윤건희 정권은 끝났다’ 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41206/130583722/1 에서 썼다) 그놈의 불뚝 성질, 황소고집에 물 건너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첫 표결일인 7일 국회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석에 안철수 의원이 혼자 앉아있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등 총 3명이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016년 탄핵 때도 집권당 당론은 ‘4월 퇴진, 6월 대선’이었다. 탄핵안 표결 이틀 전인 12월 7일 의총 모두발언에서 친박 당 대표였던 이정현은 당론 고수를 말했다. 당시 원내대표, 현재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정진석은 달랐다. “당론으로 우리 의원들의 투표행위를 기속시키지 않겠다”며 “의원 개개인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자유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친박계는 탄핵안 불참을 대통령에 대한 의리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 구치소를 찾아가는 게 의리”라고 멋지게 받아쳤던 의원도 있었다. 당시 비주류였던, 지금은 찐윤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나온다는 권성동이다.

아직도 박근혜를 짠하게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비선실세에게 국정개입과 사익추구를 허용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였고, 당대의 정의였다. 그래서 탄핵에 앞장섰던 비주류 권성동이 지금 주류 중에 주류다(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니 이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냐). 그래도 ‘탄핵 트라우마’에 빠져, 이번엔 내란 수괴를 싸고도는 정당으로, 정치인으로 남을 텐가.

“당론 반대…헌법기관 양심대로 투표” 말하라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퇴진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은 소수 친한계 수장이 아니다. 친윤 중심 의총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다고는 하나 당 대표는 엄연히 한동훈이다. 8년 전 정진석이 말했던 것처럼 국민의 편에서, 헌법의 편에서 말해야 한다.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표결에 임해 달라”고.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로부터 대통령 권한을 박탈하는 탄핵이 시급하므로 탄핵 반대라는 ‘당론에 반대’한다고 밝히면 더 분명할 것이다.

물론 친윤 쪽에선 8년 전 비박처럼 탄핵 반대 당론 유지를 강조한다. 친한계가 이탈해 탄핵되면 한동훈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로 그거다. 친한계가 이탈해 탄핵에 성공하면, 한동훈은 내란 수괴로부터 국힘을 분리해낸 당 대표로 기록될 수 있다. 설령 친윤세력에 의해 당에서 쫓겨난대도 그런 당은 오래 못 간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또 간판을 내리거나, 바꿔달거나, 아예 폐족이 돼 보수정당 폐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한동훈에게 또 기회가 온다. 잠깐씩 ‘간동훈’이 되긴 했으나 윤석열 폭주 아래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그만큼이라도 말할 수 있었던 대표는 한동훈 뿐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할 때다

탄핵에 실패하면…국힘도, 한동훈도 끝이다. 내란 수괴를 싸고도는 정당이 무슨 보수정당이란 말인가. 이런 정당에서 어떻게 감히 집권을, 대통령을 꿈꿀 수 있나. 탄핵 투표가 부결돼(또는 불성립돼) 기사회생한 윤석열이 한동훈과 화해할 리도 없다. 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간’만 보다 내란 수괴를 끌어내리는 데도 실패한 한동훈에게 정치적 미래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탄핵되면 끌어내리겠다’는 친윤은 안 무서워도 “탄핵 반대”를 외치는 극렬 친윤 지지층은 두려울지 모른다.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라는 최근 논문(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센터 황인정 전임연구원)에 따르면 0(매우 진보)~10(매우 보수)까지 눈금 중 스스로 10을 택한 응답자는 2.8%, 9~10은 5.3%, 8~10은 13%에 불과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을 찍었고, 반공과 한미동맹을 중시하며,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많아야 열명 중 한두 명 꼴인 이들에게 휘둘려선 안 될 일이다.

한동훈은 다음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기 바란다. 그러면 ‘간동훈’에서 벗어나서 길이 보일 것이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고 또 국민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던 9월 18일 자신의 말을 기억한다면, 이번 내란 수괴 탄핵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고문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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