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근조 국짐당’...“삼가 고(故)당의 명복조차 빌기 싫다”
“고인이 가시는 길, 불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모인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가시는 길 축하드라며 다음 생에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길 빕니다.”
‘보수의 심장’이 갈라지는 소리가 커진다.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열린 ‘내란공범 국짐당 장례식’에서 사회자가 이렇게 말하자 환호가 터졌다. 이날 대구 곳곳에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례식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는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지식인 단체는 “ 우리의 인내심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하며 정권 퇴진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오후 5시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는 근조 화환 50여개가 길게 늘어섰다. “티케이(TK)는 국힘의 무덤이 될 것이다” “티케이(TK)를 버린 역적 내란의힘” “105인, 감방 어디까지 가봤니?” “다음 의총은 동부구치소에서” “삼가 고(故) 당의 명복…조차 빌기 싫다” 등 문구가 적혔다.
“옷차림은 최대한 화려하게”라는 조문 지침대로 이곳에 모인 300여명 시민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발랄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영정 사진에는 ‘내란의힘’이라는 문구와 국민의힘 로고를 탱크로 바꾼 사진이 걸렸다. 시민들은 저마다 향을 피우고 조문을 한 뒤, 육개장 컵라면으로 음복했다.
상복을 입고 무대에 선 진영미 대구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국민의힘 105명의 내란죄 공모자들은 이제 ‘내란의힘’이라 불리며 이제 그 명을 다해 장례를 치르게 됐음을 고한다”고 곡소리를 했다.
이어 “윤석열이라는 자는 민주주의를 거침없이 파괴하고 급기야 친위 쿠데타 내란을 일으켰다. 그자의 부역자 국민의힘 105명은 스스로 내란 공범이 되길 택했다. 해체돼야 마땅한 범죄 집단, 국민의힘 장례식을 신명나게 치루자. 우리는 더 가열차게 광장에 모여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에는 당원들이 탈당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구시당에는 240여건, 경북도당에는 500여건 이상 탈당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탈당 신고서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당원이 아닌데도 탈당 신고서를 내는 분들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 당에 대한 항의나 불만 표시 차원에서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는 탄핵안 표결에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 박형룡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달성군지역위원장은 대구 달성군 추경호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경호 의원은 내란 공범인가, 주범인가? 지난 3일 오후 5시50분 용산 대통령실로 긴급 호출을 받고 가지 않았느냐 하는 의혹이 있다. 내란 가담 정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건대 추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윤석열 내란 수괴의 부하로서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다. 추 의원은 사퇴하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도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수성구갑지역위원장은 이날 정오 수성구 주호영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라. 주권자인 국민과 헌법이 당신에게 부여한 의무를 다하라.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누리려는 간신의 길이 아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길을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지역 더불어민주당 기초의원들도 이날 오후 1시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은 즉각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의 교수·연구자들 모임인 대구사회연구소는 이날 오전 대구 중구 와이엠씨씨에이(YMCA) 청소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냐 내란범이냐, 국민의힘은 선택하라”는 시국선언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인내심은 여기까지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힘들 때마다 응원했다. 그러나 그는 내란을 일으켜 국민의 주권을 강탈했고, 간교한 거짓말과 정치적 술수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관망과 침묵은 내란에 대한 동조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우리의 선택에 대해 우리가 마무리할 때가 왔다. 지금도 정치적 계산만 하며 국민과 시민의 뜻을 외면하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에게 우리의 분노를 보여줄 때가 됐다.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더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당장 사퇴하거나 탄핵의 대열에 앞장서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임을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주권을 침탈한 내란 수괴와 그 패거리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남지 않았으며, 피로 일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결연히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에서는 매일 평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가 열린다. 오는 14일에는 오후 5시부터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 앞 도로(국채보상로)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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