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검색 거쳐 들어간 노벨상 시상식장... 수상자들 웃고 셀카 찍는 '축제 현장' [르포]

신은별 2024. 12.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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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스톡홀름콘서트홀 시상식 참관기
신원 확인 및 소지품 검사... '보안 삼엄'
韓 최초 노벨문학상에 "축하한다" 인사도
공식 행사 종료 뒤 한강, 지인들과 포옹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주변에 10일 경찰이 배치돼 있다. 1,500명가량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철저한 경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스톡홀름=신은별 특파원

"메일로 보낸 공식 초청장에 포함된 QR코드를 보여주시겠어요? 여권도 같이 주시고요."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이곳에서는 시상식에 초청받은 이들에 대한 보안 검색이 흡사 공항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철저한 신원 확인 뒤에는 가방 검사도 이어졌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포함한 노벨상 5개 분야(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물론 스웨덴 왕실 등 1,500명가량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었다. 콘서트홀 주변은 시상식 몇 시간 전부터 차량이 통제됐고 콘서트장 앞으로 지날 수 없도록 펜스 등이 쳐졌다.

'철통 보안'을 뚫고 "오늘을 만끽하라"는 보안 직원 말을 뒤로한 채 들어선 콘서트장 내부는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로비는 연미복을 입은 남성, 긴 드레스를 입은 여성으로 꽉 차 있었다. 이러한 복장 규정은 노벨재단이 사전에 준수해달라고 참가자들에게 신신당부한 것이다. 로비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노벨상 역사와 권위에 비해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보니 참석자들에게도 이날은 각별한 날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스웨덴 한림원을 통해 초청받아 참석했다는 스웨덴인 안나 레딘(오른쪽)이 동행인과 함께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스톡홀름=신은별 특파원

"엄청난 작가 배출"... 시상식장 메운 '한강 수상 축하'

노벨문학상이 한국인에게 돌아간 것은 1901년 상이 제정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시상식장에서는 한국인 한강 작가의 문학적 성취와 업적을 강조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는 스웨덴인 안나 레딘은 "엄청난 작가를 배출하게 된 것을 정말 축하한다"며 "요즘 한국은 정치적 상황(12·3 불법계엄 사태)으로 인해 시끄러울 텐데 오늘의 축제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오후 4시 정각,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입장하며 시작됐다. 이어 노벨상 제정을 유언한 알프레드 노벨이 말년을 보낸 이탈리아 북서부 산레모에서 공수한 희고 붉은 빛의 꽃으로 장식된 시상식장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한강 작가가 수상자들과 함께 등장했다.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에 머무는 동안 줄곧 검은색 옷을 착용했다. 한강 작가를 비롯한 수상자들은 관객석 기준 무대 왼쪽에 마련된 붉은 의자에 착석했다. 이는 노벨상을 상징하는 푸른 카펫 및 무대 오른쪽에 놓인 국왕 부부의 푸른 의자와 대조를 이뤘다.

한강(왼쪽) 작가가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증서 및 메달을 전달받고 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담담한 표정 한강... 수상 땐 환한 미소도

한강 작가는 시상식 내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지 않은 채 앉아 있었고,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작사·작곡을 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한강 작가는 무대 뒤편 2층에서 스톡홀름왕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마다 올려다보며 음악을 감상하기도 했다. 시상식 내내 만면에 미소를 보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다리를 꼰 채 편안한 모습을 보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시상식에 임하는 수상자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강 작가 시상은 네 번째로 이뤄졌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이 이날 시상 연설 및 호명에 나섰다. '한강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약하지만 나아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스웨덴어로 연설을 한 뒤 맛손은 당초 한국어로 한강 작가를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바꿔 영어로 한강 작가를 불러냈다. 어색한 한국어로 자칫 전체 행사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강 작가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받은 노벨문학상 증서. 노벨재단 제공

호명과 함께 무대 정중앙에 선 한강 작가는 국왕으로부터 푸른색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넓게 편 양가죽으로 만들어진 증서 안에는 '스웨덴 한림원' '알프레드 노벨' '한강' 등의 문구가 금색으로 새겨졌다. 한강 작가는 증서와 메달을 받을 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수상자들이 증서 및 메달을 받을 때 장내 모든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들의 성취에 경의를 표했다.

전체 행사는 잘 짜인 클래식 공연처럼 보이기도 했다. 참석자들의 무대 입장, 시상 사이, 행사 종료 때 요한네스 구스타브손 지휘하에 음악이 울려 퍼졌다. 한강 작가 수상 직후 연주된 곡은 영국 작곡가 루스 깁스가 작곡한 '암바르발리아'였다.

노벨상 시상식 공식 행사가 종료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이 수상자들을 축하하고 기념촬영 등을 진행하는 이들로 가득 차 있다. 스톡홀름=신은별 특파원

공식 행사 종료 뒤에도 한참이나 꽉 찬 무대

공식 행사가 오후 5시 7분 종료된 이후에도 무대는 붐볐다. 수상자들이 노벨위원회 위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가족이나 지인 등과 기념 촬영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가 친분이 있는 이들과 가볍게 끌어안거나 환한 모습으로 악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지인을 최대 14명까지 초청할 수 있다.

시상식장 바깥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인파도 있었다. 스웨덴에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임서희씨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제가 축하를 받았기 때문에 축하를 돌려주고자 왔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임서희(오른쪽)씨가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응원하고 있다. 스톡홀름=신은별 특파원

한강 작가는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와 스웨덴 다문화학교 방문(11일), 낭독회(12일) 등의 일정을 스톡홀름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스톡홀름=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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