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시위로 ‘세대 통합’…청년 “민중가요 배워” 중장년 “K팝 학습”

박고은 기자 2024. 12. 11. 1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스로 만든 민중가요 가사집을 공유한 이아무개(30)씨는 11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엑스 등에선 "엠제트(MZ)들도 민중가요를 배우자"는 글들이 수차례 공유되고, 기성세대가 주로 모여있는 단체대화방에서는 "50대 이상 여러분! 원활한 촛불문화제 참석을 위해 사전 학습 필요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클락션'(아이들), '아파트'(로제), '수퍼노바'(에스파) 등 집회에서 울려퍼진 케이팝 목록이 퍼져나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이뤄진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이 들고온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탄핵 집회에서 케이(K)팝에 관심을 가져주는 윗세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청년세대도 민중가요를 배워서 집회에 참여하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스로 만든 민중가요 가사집을 공유한 이아무개(30)씨는 11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엑스(옛 트위터)에 ‘탄핵 시위에서 부를 민중가요 10개 가사’를 피디에프(PDF) 파일로 만들어 배포했고, 해당 게시글은 이틀도 안 돼 7천건 가까이 공유됐다. 이 가사집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바위처럼’ 등이 담겼다. 이씨는 “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개인의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강한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대의 의미에서 가사집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일 저녁 전국에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년세대는 민중가요, 기성세대는 케이팝 배우기에 나섰다. 엑스 등에선 “엠제트(MZ)들도 민중가요를 배우자”는 글들이 수차례 공유되고, 기성세대가 주로 모여있는 단체대화방에서는 “50대 이상 여러분! 원활한 촛불문화제 참석을 위해 사전 학습 필요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클락션’(아이들), ‘아파트’(로제), ‘수퍼노바’(에스파) 등 집회에서 울려퍼진 케이팝 목록이 퍼져나가고 있다. 집회 주최 쪽인 촛불행동은 단체대화방에 “어르신 분들은 케이팝을 틀라 하고, 2030 분들은 민중가요를 틀어달라 한다”며 “이렇게 마음 내어주시니 윤석열 탄핵도 머지 않아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민중가요 배우기에 나선 청년세대. 엑스 갈무리

민주노총의 젊은 활동가들은 새로운 민중가요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어떤 시기 이후로 민중가요가 전에 비해 사람들과의 접점이 적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오늘의 시선으로 기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로 만들어질 노래 제목은 ‘새노래’로, 옛 노래에 새로운 옷을 지어 입혀 보자는 의미 등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후원금을 모으고 있는데 이미 목표 금액 5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세대 대통합의 기류는 집회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집회에 다양한 응원봉이 등장하자 주최 쪽은 ‘응원봉 배우기’를 정식 코너로 두기로 했다. 수많은 응원봉이 등장하는 만큼 어떤 가수의 응원봉인지 다같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이 코너에서 자신이 든 응원봉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시민들은 “맘 편하게 ○○○(좋아하는 가수)을 ‘덕질’하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아. 내가 살기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집회에 참여한 60대 남성 이상진씨는 “촛불이 응원봉으로 진화할 줄은 몰랐다”며 “젊은 친구들이 앞장서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대견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