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에 1.4조 이상 투자하면 인·허가 당겨줄게”(종합)
법인세·소득세 인하 더불어 제조업 부활 의지 재확인
머스크 "굉장해"…"투자자 최대 불만 해결 노력"
"중소 규모 투자자는 혜택 못받아" 지적도
관세론 자금 충당 어려워…재정악화 우려도 여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개인이든 기업이든 미국에 ‘10억달러’(약 1조 4350억원) 또는 그 이상을 투자하면 완전히 신속하게(fully expedited) 승인과 허가를 받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환경(관련 업종) 승인이 포함되지만, 결코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동할 준비를 하라”며 이같이 약속했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겐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주겠다는 얘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 “이건 굉장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을 지지했다.
세액공제·보조금 대신 규제완화 내건 트럼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의 가장 까다로운 불만 중 하나를 해결해주겠다는 신호로,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세액 공제와 보조금 대신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 제조업을 촉진하기 위한 또 다른 커다란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CNBC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승인이 보장되는지, ‘완전히 신속한 승인과 허가’를 위해 어떤 규칙이나 규정을 완화할 것인지, 또 10억달러 투자 한도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FT와 CNBC는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FT는 “10억달러를 하한선으로 정하면 그 이하의 투자를 제외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즉 소규모와 중규모 프로젝트는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급작스럽게 발표된 규제 완화 조치인 데다 세부 사항도 공개하지 않아 잡음이 나오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캠페인 기간 미국을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규제 완화 및 감세 정책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기업 친화적 공약을 꾸준히 제시했다. 석유 굴착을 촉진하기 위해 석유·가스 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거나, 법인세율 및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한 게 대표 사례다.
세금 감면과 관련해선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2월 시행된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법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내년에 만료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이 일몰조항을 영구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엔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더 낮춰주겠다고도 했다.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병행하면 기업과 고소득층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는 특히 법인세율 인하가 해외에 진출한 미 기업과 자본이 본국으로 돌아오도록 만들 것이라며 ‘리쇼어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월 미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0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도 규제 완화 및 감세 공약을 재확인하며 많은 지지자들을 확보했다. 대규모 수익을 벌어들이는 대기업 입장에선 법인세율은 1%포인트만 인하해도 매년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효과가 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율 7% 포인트 인상과 부자 증세를 추진했기 때문에 대척점에 서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더욱 부각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환경보호국(EPA) 국장으로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임명하며 환경 정책 검토해 새로운 유지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젤딘 전 의원은 EPA 국장으로 지명된 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첫 날, 그리고 이후 100일 동안 (불필요한) 규제들을 철폐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더이상 비용절감 때문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로 자금 확보한다지만…재정악화 우려 여전
문제는 규제 완화 및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견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 수입품에는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엔 25% 관세를, 중국산 제품엔 1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개인 소득세는 연방정부 수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반면, 관세는 약 2%에 불과하다. 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초당파 싱크탱크인 미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당선인의 모든 세금 공약이 실현되면 향후 10년 간 9조 1500억달러(약 1경 310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축소·폐지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을 깎아 5000억달러(약 715조 7500억원)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FT는 “이러한 정책들은 되레 미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손상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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