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사라진 ‘약자 지원’…긴급복지·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예산 끝내 감액

반기웅·김원진 기자 2024. 12. 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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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를 통해 예산을 늘리기로 합의된 발달장애인 사업 등 사회적 약자 지원 예산 증액이 모두 무산됐다. 12·3 내란 사태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증액’ 협의가 불발되면서다. 취약한 복지 예산 상황을 감안해 새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액 예산안 확정…긴급복지 등 취약계층 지원 예산 사실상 삭감

11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기금운용계획의 총지출 규모가 125조4909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보다 1655억원 줄었다.

감액 대부분은 전공의 등 의료인력 양성 분야에서 이뤄졌다. 정부가 3089억16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던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 예산은 756억7200만원 깎였다. 전공의 수당 지급 예산도 당초589억원에서 174억4000만원 감액됐다.

복지 분야에 대규모 감액은 없었지만 증액이 무산되면서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사실상 삭감됐다. 갑작스러운 위기사유로 생계유지 등이 곤란한 저소득 위기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긴급복지 예산도 올해보다 깎였다.

복지부는 당초 내년도 긴급복지 예산으로 올해(3584억9400만원)보다 적은 3501억900만원을 책정했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 498억9100만원 증액을 의결했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야야당 간 증액 협상이 무산되면서 복지부가 제시한 감액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발달장애인·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예산 등 증액 무산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 증액도 불발됐다. 국회 복지위는 논의 끝에 내년도 발달장애인 지원 사업예산을 정부안 4029억6200만원에서 4760억2300만원으로 730억6100만원 증액 의결했지만 결국 정부안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예산을 늘려 진행하려던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지원 대상 인원 확대(1만2000명→1만4000명)와 활동지원 급여 단가 인상도 중단됐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 예산도 당초 정부안인 32억6900만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편성된 34억7500만원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여가부가 삭감된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이후 대규모 학교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피해가 드러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예산이 47억원으로 증액됐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여가부가 제시한 최초 정부안이 결정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삭감한 긴급복지 사업 등 증액이 필요한 사업이 내란 사태로 인해 증액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불가피하게 증액을 하지 못했다면 새해 추경을 통해서라도 증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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