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레버리지·공매도 버젓이… 당국은 `나 몰라라`

김남석 2024. 12. 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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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제휴서비스 '렌딩' 통해
자금 담보로 상승장 베팅 허용
"법 허점 이용한 장외파생상품
당국이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빗썸이 제휴 서비스로 제공 중인 '렌딩'. [빗썸 홈페이지 캡처]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상승률의 2배로 투자하거나,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을 빗썸이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인가 없이 사실상의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 당국이 이 같은 상품에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에도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제휴 서비스 '렌딩'을 통해 가상자산이나 원화를 빌려 상승장에 2배로 투자하거나 하락장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투자자가 보유 중인 코인을 담보로 동일한 코인을 빌리고, 향후 상환 시 빌린 시점의 원화 가치만큼의 가상자산을 상환할 수 있다. 일반적인 투자보다 약 1.82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실상 레버리지 상품이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원화를 담보로 코인을 빌려 향후 만기 시 빌린 수량만큼의 코인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상환 시점의 가격이 빌린 시점의 가격보다 낮다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매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자본시장법상 '장외파생상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파생상품은 장래의 일정기간 동안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 등을 교환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뜻한다. 이 중 장내에서 거래되지 않는 상품이 장외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은 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 지표 등을 산출할 수 있 는 것으로 제한한다. 렌딩이 제공하는 비트코인 역시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에서 파생상품과 기초자산을 정의한 것을 보면 가상자산에 대한 레버리지나 공매도 상품도 파생상품에 속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렌딩을 운영하는 블록투리얼은 현재 대부업과 자산운용업 자격만 갖추고 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파생상품에 대한 인가도 받지 않았다.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빗썸 역시 파생상품에 대한 자격은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법에서는 가상자산 대부업은 가상자산사업자로 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을 파생상품으로도 보지 않으면서 결국 법적 허점을 이용해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할 때 더 엄격한 제한을 받지만 당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의 위험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렌딩 제휴 서비스는 인가를 요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해당 서비스에 대해 아무런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투자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당국이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상품인 만큼 허용 범위 등을 제시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코인을 기초로 한 투자상품인데 가상자산법에도, 자본시장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며 "차라리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는 선을 제시해 줘야 업계에서도 보다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투자자도 규제 내에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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