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난민 심사 중단한 유럽,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 시리아 난민의 미래는

정미하 기자 2024. 12. 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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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골머리 앓던 유럽
시리아 내전 종식에 난민심사 중단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트 알샴(HTS)이 지난 8일(현지 시각)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 시리아 내전이 종식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즉각 시리아 난민 수용 심사를 중단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난민 문제가 다시 불붙었다. 일각에선 내전을 피해 피난을 떠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본국으로 귀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대규모 난민이 유입된 이후 치안 문제와 사회 갈등, 정치적 양극화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이 ‘시리아 내전 종식’이라는 명분이 생기자 이민 규제 강화 신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입국하기를 기다리는 시리아 사람들. / 신화 연합뉴스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9일 시리아 피난민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알아사드 독재정권 붕괴가 이유다. 현재 독일에서 계류 중인 시리아인 망명 신청은 4만7270건. 다만 이미 허가된 망명 자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에서 보호받았던 많은 난민이 마침내 시리아로 돌아가 조국 재건의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알아사드 정권 붕괴는 고문, 살인, 테러에 고통받던 많은 이들에게 큰 안도”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2월 총선을 앞두고 난민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내무부도 시리아 난민 망명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영국 내무부는 “현재 상황을 평가하는 동안 시리아 망명 신청 처리를 일시 보류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망명 신청과 관련된 모든 국가 지침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벨기에, 그리스 정부도 시리아 피란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받아들인 시리아인 난민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내무부 장관은 “시리아로의 질서 있는 송환 및 강제 추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보수기독교민주당 소속 옌스 슈판 의원은 한 독일 방송에 나와 “연방 정부가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비행기를 전세 내주고 1000유로의 정착 기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런 흐름은 대규모의 시리아 난민 유입 이후 유럽이 겪은 사회 문제를 반영한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래로 시리아 난민은 전 세계 130개국으로 이주했다. 이들 대부분은 튀르키예,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에 머물고 있으나 일부는 유럽으로 갔다. 특히 유럽과 중동 국가는 시리아 내전이 격화한 2015년을 전후로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다. 유럽연합(EU)의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시리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EU에서 난민으로 보호받은 시리아인은 130만 명이다. 이 기간에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한 이주민의 전체 규모는 내전이 발생하기 전 시리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450만 명 정도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국적자 약 97만 명 가운데 약 78만 명이 망명 자격을 얻었거나 신청한 상태다. 오스트리아(11만 명), 스웨덴(9만 명), 네덜란드(8만 명) 등지에도 시리아 출신 난민이 많이 거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인은 대부분 기독교를 믿지만, 시리아 난민 대다수는 이슬람교이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충돌했고, 난민 유입으로 인한 범죄율도 상승했다. 이에 이민자에 대한 분노와 사회 분열을 동력으로 극우, 극좌 포퓰리스트가 집권했다. 독일을위한대안(AfD),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스웨덴 민주당(SD) 등 극우 정당이 급부상한 것이 그 예다.

WP는 “독일에서는 2015년에 보여준 시리아인들에 대한 ‘환영 문화’가 사라졌고, 대다수는 더 이상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시리아 난민에게 공급할 충분한 주택이나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독일 전역의 도시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시리아 국기를 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축하하던 그때, 극우 정치인들은 난민의 귀환을 촉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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