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2023년 '이상 고온' 미스터리 열쇠는 '알베도'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2024. 12.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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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막고자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합의한 역사적인 기후변화 협정이 2015년 12월 12일(현지시간) 체결됐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195개 협약 당사국은 이날 파리 인근 르부르제 전시장에서 열린 총회 본회의에서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제공

2015년 파리기후협약(COP21)은 2100년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에서 막는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1℃나 높아진 상태에서 과연 가능할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고 아니나 다를까 그 뒤에도 지구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지구 온도 상승세도 이어졌다.

그러다 2023년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년보다 평균 온도가 0.17℃나 높아지며 산업화 이전 대비 1.48℃ 상승하며 COP21 최선의 목표 상한선에 육박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100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2.5℃ 어쩌면 3.5℃나 더 높은 핫하우스 지구가 되지 않을까.

월별 지구 평균 표면온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로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3개월 동안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2024년 7월 이후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024년 평균 온도는 이상 고온이었던 2023년보다 약간 더 높을 수 있다. Our World in Data 제공

● 급격한 상승에 기후학자도 당황

지난 3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2023년 이상 고온에 대한 전문가의 기고문이 실렸다. 미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의 기후학자 개빈 슈미트는 연구소에서 2016년부터 지구 온도 예측 업무를 이끌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2023년 6월부터 9개월 동안 월별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기록을 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슈미트는 과거 관측에 기반한 통계 기후 모형으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며 당황했다. 참고로 월별 지구 평균 온도 기록 경신은 올해 6월까지 13개월 동안 이어졌다.

슈미트는 기고문에서 이상 고온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는데 다 합쳐도 온도가 오히려 전년도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이보다 약 0.2℃ 더 높아진 현상이 미스터리라고 썼다. 

예를 들어 대중매체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이상 고온이 엘니뇨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이번 엘니뇨는 평범한 수준이라 온도 상승 기여도가 0.07℃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해 대기 온실가스 농도가 여전히 높아지는 게 주요 원인 같지만 이 역시 0.02℃를 높이는 정도다. 

기후학자들이 머리를 짜내 생각해낸 다른 요인들을 보면 먼저 11년 주기의 태양활동이 최대에 가까워 햇빛이 강해진 것으로 온도 상승 기여도는 0.03℃ 수준이다. 다음으로 2022년 해저화산 훙가통가훙가하파이 폭발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온실가스다)가 성층권으로 유입된 사건이다.

보통 화산폭발은 이산화황 등 에어로졸을 내뿜어 냉각 효과를 내지만 해저화산은 수증기의 온실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심지어 선박 연료 규제가 강화되며 황화합물 배출이 줄어 에어로졸이 덜 만들어져 온도 상승효과가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이 세 요인을 다 합쳐도 0.1℃ 상승이 채 안 된다.

그리고 위의 모든 요인을 다 합쳐도 산업화 대비 1.3℃ 더 높은 수준이라 2023년의 이상 고온을 설명할 수 없고 이는 인공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며 지난 40여 년 동안 제대로 작동했던 기후 예측 모형의 범위를 벗어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고 슈미트는 우려했다. 과거의 사건에 기반한 통계 추론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23년 이상 고온의 설명하지 못한 0.2℃가 알베도 이상(감소) 때문이라는 논문이 최근 나왔다. 세레스 위성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지역(저위도)에서 이런 경향(검은색)이 특히 두드러진다(위). 2023년 1.48℃ 상승을 요인별로 분석하면 지구 알베도 감소가 0.22℃를 차지하고 이를 위도에 따라 보면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지역(저위도)이 주로 기여했다.(아래) 사이언스 제공

● 알베도 감소가 0.22℃ 상승 기여

지난 5일 학술지 '사이언스' 사이트에는 2023년 지구 온도 상승 폭에서 설명하지 못한 0.2℃의 원인을 찾았다는 논문이 올라왔다. 독일 알프레트베르너연구소와 연구자들은 나사의 세레스(CERES) 위성과 유럽중기예보센터 재분석(ERA5)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2023년 이상 고온은 지구 알베도의 갑작스러운 감소 때문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알베도(albedo)란 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따라서 지구 알베도는 태양에서 오는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로 지표 알베도와 대기 알베도로 나뉜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빛을 덜 반사하는 게 지표 알베도가 낮아지는 것이고 구름이 줄어 햇빛을 덜 반사하는 건 대기 알베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지구 알베도의 기여도는 지표가 12%에 불과하고 대기가 88%를 차지한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전 수십 년과 2023년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세레스의 2023년 지구 알베도 데이터가 평년(이전 20년 평균)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저위도)에서 두드러졌는데, 바로 이상 고온이 심했던 지역이다.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2023년 지구 알베도 감소는 이상 고온에 0.22℃ 상승만큼 기여한 것으로 나와 그동안 미스터리였던 0.2℃의 차이에 해당했다.

지구 알베도 변화가 온도 상승에 미친 기여도를 위도에 따라 나눠보면 얼음과 눈 감소에 따른 지표 알베도 감소가 주된 요인인 북극은 0.01℃, 남극은 0.02℃에 불과하다. 반면 주로 대기 알베도 감소가 주된 요인인 북반구 중위도는 0.12℃, 열대지역(저위도)은 0.0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2023년 이 지역의 알베도를 뚝 떨어뜨린 원인은 무엇일까.

2023년 이상 고온의 설명하지 못한 0.2℃가 알베도 이상(감소) 때문이라는 논문이 최근 나왔다. 세레스 위성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지역(저위도)에서 이런 경향(검은색)이 특히 두드러진다(위). 2023년 1.48℃ 상승을 요인별로 분석하면 지구 알베도 감소가 0.22℃를 차지하고 이를 위도에 따라 보면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지역(저위도)이 주로 기여했다.(아래)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여러 항목을 분석했고 하층운의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구름은 발생 높이에 따라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나뉘는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독 하층운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대기 알베도가 줄어 지표에 흡수되는 햇빛의 양이 늘면서 지구 표면온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구름에 따라 지구 온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상층운은 온실 효과를 내는데, 태양에서 오는 빛의 상당 부분이 투과돼 지표에 도달하는 반면 지표에서 나오는 적외선 대부분은 차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층운은 냉각 효과를 내는데 태양에서 오는 빛의 상당 부분이 반사돼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반면 지표에서 나오는 적외선은 상당 부분 통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층운 발생이 줄면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왜 2023년 갑자기 하층운이 4%나 줄어들었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이런 경향이 2000년대 이후 이어져 왔고 다만 지난해 가팔라진 것이라며 3가지 가능한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먼저 내적 변이로 그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다음은 에어로졸이 하층운 형성에 미치는 효과로, 최근 환경 규제로 인간 활동 유래 에어로졸 발생이 줄어 하층운도 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끝으로 하층운 피드백의 등장으로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연구자들은 이들 메커니즘의 기여도를 명확히 밝혀야 2023년 이상 고온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앞으로도 이어질 경향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기고문에서 개빈 슈미트는 2023년 6월부터 시작한 이상 고온이 엘리뇨 영향이 끝나는 올해 8월까지 안정화되지 않으면 지구는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최근 월별 평균 지구 표면온도 데이터를 보면 8월 이후 10월까지도 지난해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높아 슈미트의 걱정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하층운 발생의 급감에 따른 인한 지구(대기) 알베도 감소가 근본적인 변화의 하나일 것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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