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으로 가는 길…건축물 배관·통기관 설치로 냄새없는 환경 만들자 [강형원의 Insight]
![문화유산 국민신탁이 매입한 미국 워싱턴 DC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 Museum) 건물은 백악관에서 1마일 거리에 있다. [필자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11/ned/20241211110912892ugtl.jpg)

1887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는 미합중국 수도 워싱턴 DC에 한국인 최초 외교관 박정양(1841~1905) 초대공사를 파견하면서 서양에서 많은 것을 배워오라는 지시를 했다.
박정양 공사는 1887년 11월 12일 한성을 출발해 총 두달이 넘는 여정을 통해 미국 워싱턴에 갔다. 그가 처음 도착해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집안에 변소가 있었던 것”이라고 강임산 현 대한제국 공사관 소장은 말한다.
1905년, 16년째 대한제국이 워싱턴 공사관을 통해 서양의 앞선 문명을 배우고 있을 때 그 당시 윌리엄 태프트 미국 국방부 장관(훗날 제 27대 미합중국 대통령·제10대 대법원장)과 일본의 내각 총리대신 가쓰라 다로의 ‘태프트-가쓰라 협정(The Taft-Katsura Memorandum)’이 체결됐다. 필리핀은 미국이 지배권을 갖고 대한제국은 일본이 갖는다는 밀약이었다.
태프트-가쓰라 협약의 후속 결과로 1905년 11월 17일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일본군을 동원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며 16년간 워싱턴 DC에서 대한제국 외교관들의 역할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10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은 거금 2만5000달러를 주고 매입했던 백악관으로부터 1마일(1.61km) 거리의 로갠 썰클에 있는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일본에 단돈 5달러에 빼앗겼다.
2012년 미주 한인들과 문화유산 국민신탁, 뜻을 함께 하는 여러 기업이 자금을 모아 잃어버린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을 다시 매입했다. 건물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보수공사를 마치고 현재는 대한제국 공사관 박물관으로 거듭 나 워싱턴 DC에서 당당히 우리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박정양이 미국에 가서 발견한 실내에 있는 변소에서는 하수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건물 실내 배관구조 에서는 지극히 과학적인 수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버리는 물은 수평적으로 벽 속에 있는 배수 파이프로 연결돼 배수되면서 하수도 관을 통해서 내려가고, 하수도관 내에서 존재하고 생기는 메탄가스를 포함한 황화수소는 지붕 위까지 연결된 통기관을 통해서 외부로 배출된다.
![하수구조 배관에서 P-트랩을 사용하고 통기관을 바르고 과학적으로 설치한 배관을 보여주는 그림 [필자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11/ned/20241211110913374ahvh.jpg)
한국에서 자주 접하는 정화조나 오수관에서도 화학작용으로 생기는 황화수소는 유독가스로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사람 몸에는 아주 치명적이다.
미국 정화조 구조는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분뇨를 액체로 바꾸는 혐기성 박테리아가 살 수 있도록 아예 바람구멍이 없다. 밀폐된 정화조 구조이므로 정화조가 있는 곳에서도 전혀 냄새가 없다.
건물 실내 배관 구조에서는 하수관에서 생기는 다양한 황화수소 가스는 실내 공기와 접촉할 기회를 P-트랩을 통해서 기계적으로 차단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버리는 물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가서 90도 각도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P-트랩은 배수가 가로로 될 때 그 물이 차 있어 하수공기를 막을 수 있다. S-트랩이라고 방바닥 아래로 배수되는 구부러진 배수관에서는 물이 고여있지 못한다. 불행히도 한국에서 자주 발견되는 바닥으로 연결된 배수관은 물리학적인 물의 흐름으로 구부러진 파이프에 물이 머물러 있지 않고 배수되면서 파이프 안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해독 가스를 막지 못한다.
필자가 최근에 간단한 수술을 받으러 강남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숨 막힘을 느꼈다.
하수도 배수에서 양성되는 가스가 가득찬 수술실에는 손 닦는 세면대 하나가 있었는데, 세면대 캐비닛의 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P-트랩이 없는 구조로 어설프게 배관 공사를 해놓은 기계적인 결함 때문에 실내 공기가 오염돼 있었던 것이다.
간호원에게 물어보니 “근무 중에 자주 머리가 아파요”라고 말한다. 일 끝나고 밖에 나가면 두통이 없어진단다.
현대 건물에서 쾌적한 실내환경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는 첫째는 하수관에서 생성되는 가스가 실내로 주입되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실내 공기를 지속적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교체하는 기계 설비는 영어로 HVAC, 난방 에어컨 및 환기라고 부른다.
한국 건물에서는 히터와 에어컨은 비교적 없는 곳 없이 설치돼 있지만, 환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한다. 대부분 경우에는 창문을 열어서 환풍을 시키고, 건물 안에 내재돼 있는 통풍 구조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멍은 실내 공간 천장에 있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방 안에 있는 공기를 배출하는 것은 대부분 경우에 설치해 놓지 않았다.
물 좋고 공기 좋은 대한민국에서 유독 실내 공기가 가장 탁한 이유다.
필자가 방문했던 한국 건물 중 어설픈 통기관 구조와, 불량 바닥배수와 불량 세면대 배관, 불량 샤워실 배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건물은 수많은 국가기관의 공공건물을 포함한 대부분 건물이 해당된다. 건축 기준 자체가 완벽하지 못한 탓이다.
국회의사당에 들어서면 주차장 화장실로부터 나오는 오물 냄새가 심하게 난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 통기관 설치가 불량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부산에서는 화장실 정화조 청소를 하다 두 노동자가 질식해서 죽은 일도 있었다. 통기관 설치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다.
부산, 제주를 포함한 주요 관광지에서 길거리에서 각종 오물 냄새 하수도관·정화조에서 올라오는 가스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방문객들이 많이 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하수도와 연결된 맨홀 뚜껑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옆, 캐나다 대사관 앞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 매표소 앞, 청계천 산책길 등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오물 냄새가 나는 서울 거리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지 못한 환경이 큰 문제다.
하수도와 연결된 모든 건물들이 통기관을 제대로 설치했을 경우에는 모든 “건물 지붕위로 나오는 파이프를 통해서 하수도에서 생성되는 악취가 공기로 분산되고, 기압이 흘러가는 하수도로 내려 보내기 때문에 노면에 있는 맨홀 뚜껑에 구멍을 낼 필요가 없다”라고 필자가 자문을 구한 30년 경력 배관 전문가는 말한다.
가장 최신 공법으로 서울에서 사옥을 새로 건설하고 있는 16층 건물 건설 현장을 방문해 봤다. 배관 디자인을 세밀하게 살펴봤더니, 모든 하수 배관이 아래층 천장으로 먼저 내려가서 통기관을 각층 바닥 밑에서 옆으로 빼서 지붕으로 올라간단다. 이 통기관 디자인에서는 각층 바닥 밑에 하수 배관에서부터 화장실 세면대까지 생성되고 배출되는 하수 가스가 갈 곳은 실내 공간 밖에 없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서 물 내려가면서 바람 올라오는 소리가 나는 것도 바로 불량 통기관 배관 때문이다. 화장실이나 부엌에서 물이 내려갈 때는 물만 내려가고 하수관에서 바람은 올라오면 안 된다.
메탄가스를 포함한 오염된 하수도관에서 생성되는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하수 배관에서 생성되는 공기는 아래로 부터는 뽑아갈 수가 없다. 지붕 위로 올라가는 모든 통기관은 물이 하수관으로 내려가는 지점에 맞춰서 연결돼야 한다.
한국에는 철저하게 현대식 기준으로 P-트랩을 설치해 놓은 건물도 물론 가뭄에 콩나듯 있기는 하다. 모든 건물에서 건강한 통기관 설치가 절실하다. 지속적으로 P-트랩 기능을 하지 못해 미국 배관 규격에서는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 부품들이 한국에서는 유통되고 있다. 배관 공사를 철저하게 전문가에게 맡기는 구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많은 아파트에서 바닥 배수 구멍이나 부엌 싱크. 또는 하수도에서 아무리 표면을 청결하게 닦아도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확인했다. 바닥 배수나 부실한 배관공사 때문에 하수도에서 사는 까만 벌레가 날아다니는 식당이 한국에서는 너무나 많다. 선진국가의 실내 환경 모습은 아니다.
136년 전에 한국 외교관이 경험했던 실내 배관의 이점을 선진국 대열에 서있는 한국에서도 제도적으로 도입해서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겠다.
이런 문제를 필자가 지적하면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냄새나는 환경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선진 환경에서 살다온 사람들에게는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특히 미국 태생 아이들 모국 체험 하러 데리고 한국에 온 부모들은 아이들이 호텔 밖에서는 화장실을 못 쓰는 어려움을 경험한다. 아이들이 자꾸 호텔로만 돌아 가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부실한 통기관과 불량 배수 배관 설치로 오염된 실내공기의 대한민국 화장실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건물 배관에서 철저한 통기관 설치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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