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상공인 살린다더니 계엄…" 공주산성시장 상인 '당혹'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찾은 충남 공주산성시장.
계엄 사태 일주일만인 10일 오후 만난 시장의 한 상인은 '배신감이 든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상인들이 언급하는 라디오 방송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공주산성시장에 40여분간 머물며 상인들을 만난 뒤 시장 내 라디오방송국 부스에 들러 즉석에서 라디오 DJ를 맡아 발언한 것을 가리킨다.
지난 2일 공주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공주산성시장에 들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시장 분위기와 달리 상인들 "속 시끄럽고 장사 안돼"
(공주=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우면 정치라도 시끄럽지 않아야 할 거 아녀"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찾은 충남 공주산성시장.
계엄 사태 일주일만인 10일 오후 만난 시장의 한 상인은 '배신감이 든다'며 열변을 토해냈다.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엄모(70) 씨는 "속 시끄러워 아무것도 안 보고 싶다"며 "국민이 세금을 안 낸 것도 아니고, 국민을 위해 청심환 값이라도 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방문 당시 환대 인파 속에 있었다는 엄씨는 "(대통령이) 소상공인 살린다고 올 때는 너무 좋았고, 시장에서 라디오 방송을 할 때도 정말 좋아지는구나 싶었다"면서 "그런데 (계엄 사태 이후로)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빵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옷 가게 사장인 정모(59) 씨도 "(대통령이) 라디오에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셨고 잘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날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으로 보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상인들이 언급하는 라디오 방송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공주산성시장에 40여분간 머물며 상인들을 만난 뒤 시장 내 라디오방송국 부스에 들러 즉석에서 라디오 DJ를 맡아 발언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대통령은 "여러분 많이 힘드시죠? 저희를 믿고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하며 "대통령으로서 열심히 일하겠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라고 물었고, 부스 안팎을 채운 상인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난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속 시끄러워 TV도 보지 않는다'라는 반응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50대) 씨는 "여기 어르신들은 다들 계엄 사태에 마음이 안 좋아 일부러 언급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3년간 떡집을 운영하는 임병석(58) 씨는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상인들의 환대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임씨는 "상인 중 빨간 장갑에 빨간 앞치마 등을 일부러 착용하고 대통령을 보러 나오신 분들도 있었다"며 "정부 조직에 공주 출신들도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지역에서의) 대통령 지지도 그만큼 높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인들은 대목인 연말임에도 비상계엄 이후로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많이 준 것이 체감된다고 했다.
임씨는 "평일에는 확실히 시장이 한가하고, 장사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상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9) 씨도 "계엄 사태 이후 확실히 장사가 안된다"고 거들었다.
인터뷰 중 상추 한 박스를 구매해간 근처 식당 사장은 "장사가 잘되긴 뭘 잘 돼. 계엄령인가 뭐기긴가 해버렸는디"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장에서 50년 넘게 이불과 한복집을 운영하는 윤모(81) 씨는 계엄 사태 이후 기분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 방문 당시 윤씨는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통령님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고, 용기를 가지시고 더 힘을 내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윤씨는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을 그렇게밖에 못 했는지 갑갑하고 마음 아파서 뉴스 쳐다보기도 싫다"며 "장사가 잘돼서 하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니까 붙잡고 있는 거지, 정말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2일 공주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공주산성시장에 들렀다. 시민들과 상인들은 당시 '대통령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사랑합니다",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sw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북한군, 죽기살기 드론 대처…"1명 생미끼 삼고 2명이 사격" | 연합뉴스
- 시내버스서 생후 10개월 영아에 휴대전화 던진 20대 구속 | 연합뉴스
- 죽은 새끼 보름 넘게 업고 다녔던 범고래, 새 아기 또 얻어 | 연합뉴스
- 하와이 착륙한 여객기 랜딩기어에서 시신 발견 | 연합뉴스
- '선배는 하늘·무조건 복종'…판결문에 나온 폭력조직 행동강령 | 연합뉴스
- 성탄절에 10대가 일면식 없는 또래 여성에 흉기 휘둘러 살해(종합) | 연합뉴스
- '원인불명' 치킨집 화재…알고 보니 튀김찌꺼기에서 자연발화(종합) | 연합뉴스
- 계속되는 가자의 비극…생후 3주 아기 성탄절 추위에 숨져 | 연합뉴스
- '천년 세월 간직' 반계리 은행나무 수령 1천317년으로 밝혀져 | 연합뉴스
- 아산서 아내가 남편·시어머니에게 흉기 휘둘러…살인미수 검거(종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