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무섭다면 당장 이것부터 줄이세요”...암세포 성장 최대 2배 촉진한다는데 [사이언스라운지]
개리 패티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유전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4일(현지시간) 과당이 흑색종, 유방암, 자부경부암에 걸린 동물 모델에서 종양의 성장을 촉진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간 조직이 과당을 암 세포가 성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영양소로 전환하고, 암 세포가 이를 성장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종양이 있는 동물에 과당이 풍부한 식단을 먹인 다음, 종양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과당을 추가하면 체중, 공복 혈당 또는 공복 인슐린 수치를 변화시키지 않고도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약 2배 이상 촉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포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암 세포에 과당을 투여했으나 세포는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을 주지 않은 것처럼 느리게 암 세포 성장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과당의 식단을 먹은 동물의 혈액에서 작은 분자들의 변화를 다시 살펴봤다. 세포 내 대사물질과 대사회로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대사체학’을 도입해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을 포함한 다양한 지질 종의 수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간 세포가 과당을 LPC로 변환하는 것을 확인했다. LPC는 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지질 종이다. 암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세포막을 포함한 내용물을 복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지질이 필요하다. 암 세포 자체적으로 지질을 합성할 수 있지만 빠른 성장을 위해 체내 지질을 소비한다.
연구팀은 “우리가 종양에 대해 생각할 때 종양이 직접 소비하는 식이성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몸에 무언가를 넣으면 그걸 종양이 흡수한다고 상상한다”며 “하지만 인간은 복잡하다. 몸에 넣은 것을 건강한 조직이 섭취하고, 섭취 후의 부산물을 종양이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당은 꿀이나 꽃, 채소, 과일에 많이 존재하는 당류로 과일당으로도 불린다. 포도당과 화학 구조면에서 유사하나 신체가 대사하는 방식이 다르다. 포도당은 전신에서 처리되는 반면, 과당은 소장과 간에서 주로 대사된다.
사람들의 과당 섭취는 늘고 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사람 1명이 1년에 소비한 과당의 양은 약 2.3kg 수준이었다. 이는 우유 약 4L와 동일한 양이다. 현재는 1년에 약 58L에 이르는 양을 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로 인공적으로 가공된 액상과당 형태로 섭취 중이다. 액상과당은 과당과 포도당의 혼합물로 옥수수 전분이 주 원료로 포도당보다 더 달기 때문에 식품 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식료품 저장실을 뒤져서 가장 흔한 과당인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들어 있는 식품을 찾아보면 꽤 놀라게 될 것”이라며 “사탕과 케이크 뿐 아니라 파스타 소스, 샐러드 드레싱, 케첩 등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과당을 줄이는 식이요법으로 암 세포 성장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불행히 암에 걸렸다면 과당을 피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새 암 치료법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약물을 사용해 과당이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예방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며 “건강한 세포의 대사를 표적 삼아 암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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