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골든타임 놓치면 메모리 패권도 위험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불똥이 튀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외교 수장부터 정부 부처와 국회, 기업이 긴밀하게 협의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라지만, 계엄 사태 수습으로 위기에 맞설 전략 자체도 부재하다"며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매서운데, 우리에게 불리한 규제안이 나와도 구경만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불똥이 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기능은 ‘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사실상 마비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패권마저 위태로울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정부 부처와 여·야가 합심해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국 우선주의’와 ‘고율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만료 직전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수출 규제안을 내놓았다. 새롭게 추가된 제재의 핵심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저가 물량 공세로 잠식하고 있는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 기업의 AI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은 봉쇄하면서도, 미국 기업이 범용 메모리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은 터 놓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판매는 제한됐지만,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추격은 허용한 것과 다름 없다.
이번 규제안에서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로 투입되는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지만, 일본 정부와 TEL이 합심해 미국 정부 로비에 공을 들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EL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규제가 강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패권 전쟁 속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 관료들마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외교 수장부터 정부 부처와 국회, 기업이 긴밀하게 협의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라지만, 계엄 사태 수습으로 위기에 맞설 전략 자체도 부재하다”며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이 매서운데, 우리에게 불리한 규제안이 나와도 구경만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 내세운 ‘AI 반도체 이니셔티브’ 등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여기에 여·야가 뜻을 모아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 등의 법안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골든타임에 긴밀히 대응하는데 우리만 이를 놓친다면 기업들이 일궈온 메모리 패권도 언제까지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잡힌 기업은 도태되고, 벌어진 격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반도체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모르는 것일까.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9 자주포 수출 숨은 공신 탄약운반차… 분당 12발 자동 적재
- [단독] 서울 지하철 MZ 직원 10명 중 8명 “특별 승진 불공정하다”
- “정용진의 No Brand아니고 ‘NOBLAND’입니다”... 매번 나오는 ‘사명 혼동’ 주의보
- 어도어 지원 받고, 활동은 맘대로?… 계약해지 됐다는 ‘뉴진스’ 이래도 될까
- [디지털상공인] ‘힙지로 주역’ 커피한약방, 온라인 시장도 도전장
- 서울시의회 앞에서 회계사·세무사 번갈아 시위하는 까닭은
- “부부 노후 적정 연금 月 391만원… 예상 연금 271만원으로 부족”
- 서울원 아이파크는 한 달째 분양, 입주자 모집 이어진다
- 한화, 아워홈 지분 58% 인수 7부 능선 넘었다
- 배우 이정현, 기아 생산직 지원했다 탈락…연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