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논란, '다름'을 포용하는 너그러움…그 또한 민주주의 [이승길의 하지만]

이승길 기자 2024. 12.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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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 마이데일리,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밤중 계엄을 선포하는 정도의 '틀림'이 아니라면,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 그것이 민주주의 아닐까.

가수 임영웅이 예기치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발점은 그의 한 팬과 나눈 DM(다이렉트 메시지) 대화였다. 지난 7일, 임영웅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우리 시월이 생일 축하해"라고 일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은 "이 시국에 뭐 하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나아가 "위헌으로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 앞 번 계엄령 나이대 분들이 당신 주 소비층 아닌가요"라는 직설적인 비판을 던졌다.

이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응수했고, 이 한 마디는 급속도로 확산되며 나흘째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임영웅의 발언을 두고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누군가는 그에게 실망감을 표하며 "시국의 무게를 외면한 가벼운 발언"이라 비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연예인에게 정치적 목소리를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 반박한다.

연예인의 정치적 의견 표명은 늘 첨예한 문제였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고, 또 다른 이는 연예인의 위치상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다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임영웅 / 마이데일리

민주주의의 근간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누군가는 광장으로 나가 외치고, 누군가는 집에서 침묵을 택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시대를 향해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되묻고, 또 누군가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이 모두는 개인의 선택이며, 어느 것도 '틀린' 행동이 아니다.

임영웅의 발언이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혹은 단순히 시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 '다름'조차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 아닐까.

물론 이 이야기는 '틀림'까지 포용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한밤중 계엄을 선포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권한을 위임받았음에도 그 뜻을 외면하는 '틀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개인이 침묵을 선택한 것, 혹은 타인의 기대와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것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의 모습일 것이다.

임영웅의 발언은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웠을지 모르지만, 그 '다름'에 대해 비난만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민주주의 정신과 어긋나는 일이다. 그 또한 우리와 같은 시민이며,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행동을 강요받을 이유는 없다.

민주주의는 그저 광장에 모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너그러움, 그리고 그 너그러움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이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한 치의 어긋남조차 참지 못하는 날선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관대해져보자.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순간, 그 또한 우리가 그토록 외치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될 테니 말이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한밤중 명분 없는 계엄을 선포하는 정도의 '틀림'은 별개의 일이다.

탄핵 집회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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