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은 왜 충정로에도 출동했을까[취재 후]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대부분 비슷한 심경이었을 겁니다. 저 역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긴급브리핑을 켰습니다. 아래에 달린 자막에 ‘비상계엄 선포’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시간, 회사에 있었습니다. 회사 편집국이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큰소리도 나왔습니다. 아마도 회사 인근에 있었을 기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해 긴급사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 이른바 ‘계엄사령부 포고문(제1호)’이라는 게 나왔는데, 제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자정 무렵 퇴근했는데, 신문사 문을 나서면 군대나 적어도 경찰이라도 와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휑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른바 소위 ‘계엄군’이 출동한 현장은 국회만이 아니었습니다.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옥 앞에도 20여 명 이상의 군인이 완전무장하고 들이닥쳤습니다. 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김어준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도 체포조가 출동했다고 합니다(사진).
이번 ‘계엄 사태’ 취재를 하며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밤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 비상계엄의 ‘전조’가 낮에 있었다는 겁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 압수수색입니다. 수십 명의 경찰이 출동한 과잉수사라는 것이 서울의소리 측 주장입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서울의소리와 김어준 방송의 공통점은 그들이 “국정운영에 심각한 걸림돌이라기보다 ‘여사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원흉”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의소리는 대선 전에는 김건희 여사 7시간 녹취록, 그리고 대선 이후에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을 제기한 매체입니다. 이 평론가의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건희 여사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계엄일 수도 있다. 윤석열의 권력 장악을 위한 친위 쿠데타라기보다 영부인 민원 해결용 쿠데타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오빠 쟤네 손 봐줘’ 하는.”
당장은 심증에 불과하지만, 국회와 별도로 김어준씨 집이나 충정로 병력 출동을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 실제 그런 체포계획이 있었는지 확인되면 진짜 쿠데타의 ‘몸통’은 밝혀지리라는 것이 이 평론가의 주장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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