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 자산’ 美 부동산 기업들, 韓 주택 월세시장 노린다
자본 여력 되는 美부동산 공룡들 연달아 진출 예고
모건스탠리 강동구에 주택임대사업 진출하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업계도 새로운 수익 모델에 관심
다만 ‘분양사업’ 위주 韓 건설업계엔 ‘그림의 떡’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미국 부동산 ‘큰손’들이 연달아 한국의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93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부동산 기업 ‘하인즈’가 한국의 임대주택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또 다른 미국 부동산 큰손, 종합 부동산기업 JLL(존스랑라살)도 관련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약 890억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JLL도 한국에 ‘하이엔드급(Highend·최고급)’의 민간임대주택사업을 공급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LL은 1978년 설립돼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300여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JLL코리아는 2000년 출범된 이후 약 400여명의 부동산 전문가집단이 부동산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선 오피스, 대형쇼핑몰 등 상업용부동산 시장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정부가 새로운 주택공급 유형인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개방하면서 새로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기업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시행령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사업자를 모집해 오는 2035년까지 10만가구 공급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며 부동산 디펠로퍼 뿐 아니라 관련 투자사들도 임대주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이어 영국계 부동산 투자사 M&G리얼에스테이트도 내년 국내 임대주택 관련 투자를 늘린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국내 투자사들도 새롭게 열릴 임대주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당장 내년부터 국내 임대주택 운영사인 에스엘플랫폼(SLP)과 함께 서울 강동구의 복합건물을 민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국내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임대주택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글로벌 기관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장기투자 및 시장 참여자 확대가 예상되고, 자본 수익 외에 임대 수익이 주요 투자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세 늘며 ‘고품질 임대주택’ 등장 기대
이들이 임대주택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를 모집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7.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인즈 관계자는 “한국은 기존에 전세를 선호해왔지만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을 기회로 평가하고 (임대주택시장에 대해) 서울을 중심으로 강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하인즈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글로벌 전문성을 활용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과 호주에서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대 주택 부문에 더 많은 기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부동산 기업들이 제공한 ‘하이엔드급’ 월세 시장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기업이 임대주택 공급 사업 주체가 된다면 소비자인 세입자 입장에선 보다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편익이 올라갈 것”이라며 “또 민간임대의 경우 임대료가 연 5% 이내 상승이 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기에 사업자들이 참여할 유인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춘 임대주택 상품이 등장하면서 외국기업의 유입이 경쟁 유발 및 상품의 질적 제고 면에서 순기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형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이를 통해서 자본금을 회수해야 하는 국내 건설업계에겐 아직까진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함 랩장은 “국내 디벨로퍼(개발업자)나 시공, 시행사는 택지지구 내 민간임대주택공급을 제외하고 주로 분양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민간임대주택 사업 추진은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확대가 시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복수의 국내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시공사든 디벨로퍼든 국내건설업계는 분양으로 공사비를 회수하는 게 중요한데, 임대사업은 몇 십년간 돈이 묶이게 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며 “때문에 미국 기업이 진출함에 따라 국내 기업도 임대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임대료 규제나 취득세 중과, 종부세 합산 등 규제가 완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애 (pja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화 '공공의적' 모티브된 최악의 존속살해[그해 오늘]
- ‘4분의 기적’ 버스서 심정지로 고꾸라진 男, 대학생들이 살렸다
- "술만 마시면 돌변..폭력 남편 피해 아이들과 도망친 게 범죄인가요"
- "임영웅과 얘기하는 꿈꿔...20억 복권 당첨으로 고민 해결"
- '공룡 美남' 돌아온 김우빈, 황금비율 시계는[누구템]
- 경찰, 오늘 '마약 투약 혐의' 유아인에 구속영장 신청
- 2차전지 미련 못 버리는 개미군단 '포퓨'로 진격…포스코그룹株 주가는 글쎄
- '최고 158km' 안우진, 6이닝 2실점 역투...키움, 3연패 탈출
- "보증금, 집주인 아닌 제3기관에 묶는다고"…뿔난 임대인들
- 상간소송 당하자 "성관계 영상 유포하겠다" 협박한 20대 여성[사랑과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