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서 ‘사기의혹’, 여의도선 ‘미분양·공사중단’… 수분양자들 “계약 해제해달라”
수분양자, 계약해제 소송
프라임파트너스 자회사인 두 시행사
‘여의도 페르니’ 사업에 담보 제공
한국투자신탁·다올증권 등 신탁·대출
서울 강남 한복판인 논현동에서 하이엔드 오피스텔 ‘논현아츠’를 분양하면서 사기 의혹을 일으킨 시행업체의 관계사가 여의도에서도 오피스텔 미분양으로 인한 공사중단과 일방적 계약 변경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내년 4월 입주 예정임에도 현재 저층부 공사만 돼 있어 사실상 일정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와 계약을 맺은 신탁사 측에 오피스텔 계약해제를 요구하자, 시행사는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던 중도금을 납부하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대로70길 8에 있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여의도 페르니’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확인됐다.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위치한 이 오피스텔은 2023년 2월 분양을 시작했다. 시행사인 ‘프라임산업개발’은 중도금 50% 무이자 대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고급 마감재 등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어 현재 소유권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갖고 있다. 사업비는 다올투자증권이 직접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오피스텔 사업은 일정대로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지하층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 오피스텔의 입주예정일은 내년 4월. 그 전까지 지상 13층까지 건물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시공을 맡은 아이엠지건설은 현재 유동성 위기로, 시공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신탁사인 한국투자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시공사 관련 사항으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공사중단 지시 공문이 접수됐다”면서 “(미분양에 대해선)기존 계약사항에 근거해 후속 조치를 취하고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 페르니의 경우 분양률도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프라임산업개발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 후 약 1년 뒤인 작년 말 기준 여의도 페르니의 진행률은 10.45%, 분양률은 19.85%였다. 감사인은 프라임산업개발에 대해 “계속 기업 관련 중대한 불확실성”을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이들은 올해까지도 분양 홍보를 지속했으며, 분양률을 속여 계약체결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분양자들은 계약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2023년 초기 계약자들로, 이들은 신탁사에 대한 계약해제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예정일 후 3개월의 지나도록 준공이 되지 않는다면 계약해지 사유가 저절로 발생한다. 수분양자들은 공사 중단으로 사실상 입주예정일에 입주가 어려워진 만큼 우선적으로 계약해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프라임산업개발은 이에 지난달 18일 소송을 제기한 수분양자들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중도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내용증명에는 ‘그 어떤 합리적인 사유에 대한 설명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없음에도 만연히 수분양자로서의 대금(중도금) 납부의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당초에 발신의뢰인(프라임산업개발)과 체결한 페르니 여의도 공급계약서 규정을 위반한 채무불이행(이행지체)에 해당한다’고 기재돼 있다. 프라임산업개발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수분양자들에게 안내문을 통해 ‘현재 금융기관과 당사와의 충분한 협의로 인해 곧 대출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5개월 만에 입장이 정 반대로 바뀐 것이다.
프라임산업개발의 법무대리인은 “가장 중요한 건 분양계약서”라면서 “(중도금 무이자 대출 관련해서는)계약서 상 언급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다만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당 상품의 중도금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무이자’라고 기재돼 있다.
프라임산업개발은 ‘논현아츠’를 분양하면서 사기 의혹을 일으킨 시행사 논현에스에이치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다. 프라임사업개발과 논현에스에이치의 대주주는 프라임파트너스다. 이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보를 제공하고 보증을 서줬다. 프라임산업개발은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신한캐피탈,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으로부터 574억원을 PF대출 명목으로 차입했는데, 논현에스에이치는 제3자가 진행 중인 PF사업에 대한 우선수익권 등을 담보로 내놨고, 프라임파트너스는 연대보증을 섰다.
여의도페르니 사업장에 직접대출을 해준 다올투자증권 담당자는 “분양도, 시공도 예정대로 진행이 안되는 것 같다”면서 “공사 준공예정일이 5월이니 그때까지는 기다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손무현 법무법인 세현 변호사는 “부동산 호황기 분양됐던 하이엔드 오피스텔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면서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 분양자들은 사업이 무너질 경우 구제 방안이 없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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