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변해 줄 것처럼 말하더니'"…국민의힘에 뿔난 지역 민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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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0일) 오후 찾은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지역 사무실 앞.
오토바이를 몰던 주민이 김 의원 사무실을 향해 "김재섭 의원, 14일에는 꼭 투표하세요!"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사무실 주변 곳곳에는 '실망스럽다 김재섭' '젊은 도봉 출신이라며 주민들 편에 대변해 줄 것처럼 말하더니' 등 문구가 적힌 항의성 쪽지들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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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표결 불참' 여당 의원 향한 분노…신변보호 조치까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지역 유권자들이 권리를 위임했는데 김재섭이 중요한 역사 현장에서 투표를 포기한 거예요. 여기 몇몇 분들은 5·18 광주 사태를 겪어봤겠지만, 계엄령은 슈퍼에서 맥주 마시다가도 문신 하나 있는 걸로 영장 없이 체포가 되는 거잖아요. 포고령이라는 게 아주 무시무시한 거예요" -도봉구 주민 박정룡(72)씨-
전날(10일) 오후 찾은 서울 도봉구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지역 사무실 앞.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영하권 추위에도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너무 후회스럽다'며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사무실 맞은편에는 '김재섭은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가결하라!' 문구가 적힌 집회 예고 현수막이 내걸렸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정족수 미달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김재섭 사무실이 어딘지도 몰랐는데 뉴스 보고 화가 나서 운동 가다가 들렀다"며 "모레 쌍문역 촛불집회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 자리를 지키던 주민 박정룡(72)씨도 "어제 계란 두 판을 사서 사무실에 깨부수려다가 애들(자녀)이 말려서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보수 진영의 험지로 꼽히는 도봉갑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여당 출신이어도 당정에 쓴소리를 자처하겠다는 '도봉 출신' 젊은 의원이었던 탓에, 그를 뽑은 지역 유권자의 배신감은 더욱 큰 듯했다.
한때 주민 간 고성과 폭력이 오가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남성이 모여있는 주민들을 향해 '빨갱이 같은 XX들'이라고 외치자, 일부 주민이 이에 반발하며 서로를 밀치고 욕설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오토바이를 몰던 주민이 김 의원 사무실을 향해 "김재섭 의원, 14일에는 꼭 투표하세요!"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 의원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내부도 지역 유권자의 분노로 가득 찼다. 터진 날계란과 밀가루, 케첩 등이 건물 3층 사무실 입구에 범벅이 된 채 굳어있었다. 사무실 주변 곳곳에는 '실망스럽다 김재섭' '젊은 도봉 출신이라며 주민들 편에 대변해 줄 것처럼 말하더니' 등 문구가 적힌 항의성 쪽지들이 붙었다.
사무실 앞에서는 지역 기반 예술인 김설아(24)씨가 담요를 두르고 2시간 넘게 농성을 이어갔다. 오는 16일 도봉구청 전시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는 김씨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라고 뽑아줬는데 투표조차 하지 않고 가버린 점이 제일 마음이 아팠다"며 "유세차를 세워놓고 표 달라고 하시던 분들이 정작 표결이 가능한 위치에 오르니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의를 위해 김 의원의 사무실을 찾는 주민들로 인해 인근 상가는 고객 맞이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업주들은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김재섭 사무실 건물 바로 옆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양대우(74)씨는 취재진과 만나 "피해가 없진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는 세상이고 자네들이 사는 세상이니 우리가 참아야 할 일"이라고 웃어 보였다. 다만 "남의 건물에 들어와 그러는 것(케첩·날계란 테러)은 자제했으면 한다. 좀 더 성숙한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최소한 개인적인 피해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8일 김 의원의 자택 현관 앞에 흉기까지 발견되면서 경찰은 김 의원 신변 보호 조치에 나섰다. 김 의원은 표결 불참 이후 비판 여론이 들끓자 개인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되자 분노한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는 국민의힘 정당 현수막에 불이 붙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하고, 경북 영천에서는 이만희 의원 사무실 앞에 항의 쪽지를 붙인 고등학생이 경찰에 불려 가 조사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여야는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국민 여론의 거센 압박 속 국민의힘 내에서는 집단 불참은 안 된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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