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꼭 필요한 인상인가

이학렬 금융부장 2024. 12. 1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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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약 무저해지 상품비중 및 보험료 비교(예시)/그래픽=김지영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가구는 보험료로 월평균 9만1000원을 썼다. 월평균 소비지출액 290만7000원의 3%가 넘는다. 소비지출 중분류에서 보험료보다 많은 항목은 외식비(식사비·44만원), 학원·보습교육(17만2000원), 실제주거비(12만6000원), 기름값(운송기구연료비·11만3000원), 통신서비스(10만원) 뿐이다.

보험료에 쓰는 돈이 가뜩이나 많은데 내년엔 더 쓰게 생겼다. 우선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료가 오른다. 실손보험료는 높은 손해율 때문에 매년 올랐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5일 개최한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5%로 지난해(118.3%)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4세대 손해율은 131.4%로 지난해(115.9%)에서 크게 악화했다. 보험사는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매년 두자릿수의 인상을 추진했으나 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매번 인상률을 최소화했다.

2년째 인하된 자동차보험료는 내년엔 인하를 장담하기 어렵다. 10월 누적 기준으로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손해율의 단순 평균은 81.5%다. 연말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손해율은 80%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80% 이하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손해율은 79.8%였다. 올해초 자동차보험료를 낮출 수 있었던 이유다.

건강보험료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실손보험이나 자동차보험과 다르다. 손해율이 아닌 제도 개편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가정을 좀 더 보수적으로 잡으라고 했다. 무·저해지 상품은 가입 초기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덜 주는 상품으로 표준형 상품보다 보험료가 30% 이상 저렴하다.

보수적인 해지율을 적용하면 보험료를 더 받아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해지율 가정의 원칙모형을 제시했다. 지금보다 보험료가 두자릿수 오를 수 있다.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외 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한 만큼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함에도 제도 개편에 나선 배경으로 '고무줄 회계이익' 논란을 꼽았다. IFRS17 도입이후 보험사가 해지율 등을 자율적으로 가정할 수 있게 됐다. 가정이 다르니 이익이 들쑥날쑥했고 비교도 쉽지 않았다.

특히 당국은 자의적 가정으로 미래로 위험이 이연되고 누적된 위험으로 보험사 건전성이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지금이 아니다) 보험사가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바를 모르는 바 아니다. 은행이 과도하게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대출금리를 낮추면 당국이 나서야 한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망하면 혼란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뒷감당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하면 부작용이 크다. 원칙모형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과하다보니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가 표준형과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 무·저해지 상품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당장은 CSM(보험계약마진)이 감소해 이익이 줄겠지만 일부 보험사는 예실차 이익으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고무줄 회계이익' 논란이 다시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자율성을 강조한 새 회계제도는 이미 '관치'로 멍들었다.

탄핵 정국이다.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 보험료 상승이 소비 위축을 더 가져올까 우려된다. 내수 부진에 서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다. 경기 둔화 위험도 확대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한다. 정책 목표와 부작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학렬 금융부장 toots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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