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중단 비상시국에 여권 편향 보도" 연합뉴스 도마에
[내란 사태] 탄핵 무산 직후 대통령·여당 관점 '우르르'…"한동훈 리더십"과 "대통령의 가시밭길"
근거 없어 비판받는 '여당 중심 국정운영' 전망 "연합이 할 일인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민의힘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정권 퇴진 총공세의 예봉은 일단 막아냈다.”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강화될 것”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여당 의원들의 투표 거부로 무산된 직후 연합뉴스에서 쏟아진 해설 기사의 대목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국민의힘의 관점에서 부결을 '호재'라 풀이하거나 '포스트 계엄 정국'을 강조한 보도들이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와 산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린 것은 이날 밤 9시26분께. 그로부터 수분 뒤인 9시31~37분 사이 연합뉴스에선 탄핵소추안 폐기에 따른 '박스' 기사 8건이 줄이었다. 8건 중 6건은 대통령과 여당을 대변한 기사들이었다.
연합뉴스는 <'尹부부 겨냥' 탄핵·특검법 무산…'포스트 계엄' 정국 새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를 구축해 야당이 펼치는 정권 퇴진 총공세의 예봉은 일단 막아냈다”며 “'포스트 계엄' 정국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했다. <탄핵 무산에 한숨 돌린 尹…주도권 상실하고 '가시밭길' 예상>에선 “윤 대통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윤 대통령의 앞날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관점에서 탄핵소추안은 물론, 탄핵을 반대한 여당의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 주장도 '위협'으로 풀이한 대목이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대표 관점의 기사도 줄이었다. <與, 탄핵·특검 무산에 한고비 넘었지만…'계엄 사태' 수습 험로>에선 “국민의힘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충격파를 최소화하면서 수습책을 모색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라고 했다.
특히 탄핵소추안 폐기를 이끈 한 대표를 두고 “국정 운영의 키를 쥐게 되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본 기사도 있다('尹 탄핵 방어' 한동훈, 與 수습 과정서 리더십 강화 전망). 연합뉴스는 한덕수 총리를 두고도 <국정 운영 책임지게 된 한총리…당정 소통 강화할 듯>에서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대로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 모색 과정에서 당정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 경험도 갖춰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썼다.
앞서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정국 안정 방안'과 '국정 운영'을 “우리 당”에 맡기겠다고 밝힌 담화를 두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여당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표결에 불참한 것이 '내란 동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대통령과 여당 주장을 기정사실처럼 서술한 기사가 이어진 것이다. 한편 연합뉴스가 탄핵을 주도한 야당 움직임을 해설한 기사는 <'속전속결' 탄핵열차 제동…野, 탄핵안·특검법 “될때까지 한다”?>로 1건이었다.
당시 연합뉴스 속보를 확인하며 관련 기사를 작성했던 한 일간지 기자는 “연합뉴스는 속보와 스트레이트 기사를 빨리빨리 쏴 주는 게 업무인데, 속보는 다른 일간지보다 늦다가 의사봉을 두드린 직후, 쟁여놨던 해설 기사를 우르르 대방출하더라”면서 “더구나 그 내용이 편파적이라 느껴 더 답답했다. 한숨 돌린 대통령, '포스트 계엄', 한덕수 소통 강화, 한동훈 리더십 강화, 이런 게 탄핵 무산 직후 나올 기사는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같은 시각 다른 통신사 보도는 연합뉴스와 대조된다. 뉴시스는 9시30분께 <윤 탄핵 부결에도 수사당국 비상계엄 위헌성 수사 계속>이란 제목의 사회 부문 해설로 불법·위헌 비상계엄 사태 수사 향방을 전망했다. 뉴스1은 9시40분께 야권 움직임을 종합한 <탄핵 동조·의원 감금죄·표결 방해 중범죄…野, 국힘 어르고 달래며 투표 유도>, 외교 분야 해설을 담은 <자리 지켰지만 국제사회 신뢰 잃은 윤 대통령…상처난 한국 외교> 기사를 동시에 내놨다.
뉴시스와 뉴스1도 각각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의 해설기사 <탄핵 피한 尹, 임기단축 개헌·거국 내각 내놓을까>, <한 고비 넘긴 윤 대통령…탄핵안 부결에 별도 입장 없어>를 냈다. 다만 탄핵안 처리 전망과 야권 움직임, 수사기관 움직임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다뤘다는 점이 다르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를 거부하는 상황을 전하는 데엔 다른 통신사보다 소극적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탄핵안 투표를 거부하며 본회의장을 비우고 김상욱·김예지 등 일부 의원이 복귀하는 현장을 뉴스1과 뉴시스는 실시간 속보로 전했다. 뉴스1은 각 의원을 소개하는 기사도 냈다. 연합뉴스는 안건 폐기 전까지 관련 속보나 보도를 내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비상계엄 선포하고 국회를 침탈하려 한 사태에도 책임 묻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4일, 언론사 카메라에 탄통이 찍힌 상황에서 '군 소식통'을 출처로 <국회 출동 계엄군 공포탄, 모의탄 소지...실탄 지급은 없었다>고 제목에 단언한 보도를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탄창 박스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이는 공포탄과 모의탄이 담긴 박스로 추정된다”고 썼다. 이날 저녁 JTBC는 계엄군이 국회에 두고간 것으로 보이는 탄창 사진을 보도하면서 “사진상으로는 실탄까지 장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데스크”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여당 출입의 경우 정부여당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고 그런 기사를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비상시국에 출입처와 다양한 곳에서 정보가 쏟아지는데 편집책임자가 사안에 대한 종합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에 따라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은 정쟁 문제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중단시킨 사안이라는 점에서 기계적 균형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런데도 출입처 관점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기사 작성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 비상시국에 안 맞는 정부와 여당 편향의 보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홍보부 담당자는 10일 관련 문의에 “기사를 좀 더 읽어보면 기사가 '용산'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독자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후 야당의 탄핵 공세가 더 커질 것이고 퇴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썼다”고 전했다. 정윤섭 연합뉴스 정치부장은 이날 같은 지적에 “저희는 그런 것 없다. 일방 평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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