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가짜 출근차량’ 정황…경찰 “늦을 때 빈 차 먼저”

김채운 기자 2024. 12. 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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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에 한번, 이후에 한번
하루 두번 출근차량 운행
최근 1개월간 관저 출발 상황
‘위장 출근’ 의심 사례 최소 3회
‘가짜 차량 행렬’ 시민 불편 가중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차량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오전 9시 출근시각에 맞춰서 한번, 이보다 늦은 시각에 또 한번 운행된 사실이 여러차례 확인됐다. 경찰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출근이 늦을 때 대통령이 타지 않은 빈 차를 내보낸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오전에 정시 출근하지 않을 때 제시간에 대통령실에 도착하는 ‘위장 출근 차량’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특정 시간까지 관저에서 나오지 않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 출퇴근 때 경호 업무를 하는 한 경찰은 ‘윤 대통령 출근이 늦으면 빈 차를 먼저 보내는 것이 맞냐’고 묻자 “시기마다 다르다”고 했다. 거듭 ‘아침에 빈 차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 것은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대통령이 매번 출근이 늦어서 아침에 ‘가짜 부대’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 가짜 부대를 일컫는 별도의 경찰 음어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위장 출근’ 의심 사례 확인

실제 한겨레가 지난 11월6일부터 12월6일까지 주말과 외국 순방 기간을 제외한 18일 동안 윤 대통령 출근 상황을 확인한 결과, 위장 출근이 의심되는 사례가 최소 3차례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 오전 8시52분께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는 대규모 차량 행렬(승용차 3대, 승합차 5대)이 출발했다. 그 뒤를 경찰 오토바이 등이 경호에 나섰다. 이 차량 행렬은 4분 뒤 용산 대통령집무실에 도착했다. 이어 오전 9시42분에는 또 승용차 4대와 승합차 3대가 행렬을 이뤄 관저 입구를 출발했다. 이 차량은 5분 뒤인 오전 9시47분에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커피숍에서 대기 중이던 교통경찰들은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누다가 무전이 울리자 주변 경찰에 신호 및 차량통제 등을 지시하고 오전 9시31분께 밖으로 나갔다. 그로부터 11분 뒤에 한남동 관저에서 두번째 행렬이 출발한 것이다. 두번째 행렬이 이동하는 동안 신호 조작이 이뤄졌고, 웹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폐회로텔레비전(CCTV)은 두번째 행렬을 따라가며 이동 상황을 감시했다.

지난달 29일에도 6대의 차량이 오전 9시2분께 관저 입구에서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시9분께 관저 입구에서는 또다시 실제 출근 행렬로 의심되는 차량 7대가 집무실로 향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오전 9시1분과 오전 10시1분에 각각 출근 차량 행렬이 관저 입구를 나와 집무실로 들어갔다.

첫번째는 느슨, 두번째는 삼엄

위장 출근 의심 정황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출근길, 용산 집무실 일대를 경호하는 경찰의 경호·검문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도 ‘가짜 출근’ 때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탑승하지 않은 차량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진짜와 가짜로 추정되는 출근 행렬은 검은색 승용차 3~4대, 승합차 2~5대에 의전용 경찰 오토바이와 경찰차 등이 따라붙는 비슷한 형태였다. 그러나 경찰의 차량·신호 통제, 경호, 검문 방식과 태도에서 차이가 컸다.

지난달 25일 오전 9시1분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승용차 3대와 승합차 2대 등 가짜 출근 행렬로 추정되는 차량이 출발하자, 경찰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일반 차량들을 통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던 경찰들은 이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데 서로 잡담을 나누며 도로를 주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9시50분께 경찰들은 분주해졌다. 앞서 보이지 않던 사복 경찰들이 추가로 관저 인근 도로에 배치됐고, 경찰들은 교통 신호 조작이 가능한 ‘표준 교통신호제어기’ 뚜껑을 열어 놓고 교통 통제를 위해 대기하기 시작했다. 버스 한대가 정류장에 멈춰 서자, 경찰들은 “저 버스 빨리 보내, 빨리”라며 다급히 버스에 다가가 이동을 요청했다. 잠시 뒤인 오전 10시1분 승용차 3대와 승합차 3대 등 진짜 출근 행렬로 추정되는 차량이 관저를 떠나 대통령실로 향했다.

지난달 29일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9시2분께 차량 행렬이 관저를 떠났지만,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이 차량이나 도로를 주시하지 않았다. 차량 행렬이 지나간 뒤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찰도 철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12시50분께부터 경찰들은 관저 방향으로 걷는 행인들을 모두 검문하기 시작했고, 관저 진입·출입로 주변 행인·차량들을 철저히 살피기 시작했다. 또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했다. 오후 1시9분에 실제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행렬이 관저에서 나와 대통령실로 출발했다. 이 행렬은 오후 1시14분 대통령실로 들어갔다. 상황이 종료된 뒤 대통령실 출입로 인근을 경호하던 경찰들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경계를 풀었고 상당수가 철수했다.

18일 중 2일만 ‘정상 출근’

같은 날 두 출근 행렬의 차이는 경찰청 ‘도시교통정보센터’ 폐회로텔레비전(CCTV) 작동 방식에서도 발견된다. 가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시시티브이 화면 조정이 없지만 진짜 추정 행렬이 출발할 때는 시시티브이가 관저 입구 쪽으로 촬영 방향을 바꾸고, 확대하면서 집중적으로 움직임에 주목했다. 차량 출발 뒤에는 행렬을 따라 화면을 계속 이동하거나 각도를 바꿨다. 이밖에도 2~3차례 가짜 출근 행렬이 의심되는 사례가 추가로 있었지만, 차량 동선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우 등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대통령의 출퇴근은 윤 대통령이 갑자기 집무 공간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시작된 일이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가짜를 포함해 하루에 두 차례 출근 행렬을 연출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지각 출근도 잦았다. 한겨레가 대통령 출근 차량 이동을 확인한 18일 중 윤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한 경우는 2차례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빨리 출근하는 날도 오전 9시1분께 한남동 관저에서 출발했고, 오전에 대통령실 외부에 일정이 있는 경우는 보통 오전 10~11시 사이 관저에서 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성실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고 돼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무 시간을 어기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적 의무 위반으로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제기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동선과 일정에 관한 사항은 경호·보안상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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