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딸 죽였느냐" 유족 오열…檢, 박대성에 사형 구형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전남 순천 시내에서 일면식도 없던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30)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용규) 심리로 열린 박대성에 대한 살인과 살인예비 혐의 결심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또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30년 등도 청구했다.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0시 42분께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에서 귀가 중이던 A양(18)을 800m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범행 이후 흉기를 허리춤에 찬 뒤 술집과 노래방에서 두 여성 업주를 상대로 2회에 걸쳐 살해 범행을 계획한 혐의(살인예비)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A양 살해 후 인근 술집을 들어갔다가 남성 손님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업주가 “왜 신발을 신고 있지 않냐”며 경계하자 가게를 뛰쳐나갔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 가게로 돌아가 운동화를 신고 140m 떨어진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 들어간 박대성은 맥주 3병을 주문하고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했다. 당시 그는 3차례에 걸쳐 업주에게 ‘문을 닫고 들어와 앉으라’고 요청했으나, 업주는 “손님이 오는 것을 확인해야 하므로 열어둬야 한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방 업주는 피해자 진술을 통해 “‘문을 닫을 수 없다’고 말하자 박대성이 ‘내가 무섭지?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박대성이 있는 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여성 접객원에게도 ‘나도 사람 죽일 수 있어. 문 닫아’라고 반말로 세 번 말했다”며 “(박대성이) 술에 취하긴 했는데,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취한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아울러 박대성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친형과 통화하는 음성도 재생됐다. 친형은 박대성과 최초 통화 후 자살의심 신고를 했고, 이후 박대성이 친형에게 전화통화를 걸어 ‘형이 신고해서 경찰이 출동했고, 그 과정에서 흉기를 숨기느라 고생했다’는 취지로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사건 발생 직전 A양이 걸어가는 뒷모습 영상도 재생됐다. A양 유족은 딸의 모습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 A양 아버지는 유족 진술을 통해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박대성이라는 인간이 죽였다. 대한민국 시민이 길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A양 어머니는 “왜 우리 딸을 죽였느냐. 왜 죽이고 노래방을 갔느냐. 빨리 말해라”고 울부짖었다.
한편 검찰은 “박대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범행 후 약 1시간 동안 흉기를 소지한 채 범행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을 배회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박대성이 흉기를 숨긴 채 업소들을 방문할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강조했다.
또 “피해자 유족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자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형제가 존치하는 이상 도움을 바라는 유족 요청 등을 고려해 법정 최고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박대성은 최후진술을 통해 “물의를 끼치고 유가족과 피해자께 죄송하다. 저질렀던 행동에 책임지겠다”면서도 “살인 후 행동은 정말 기억이 안 난다. 거짓말 탐지기를 한 번 사용했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후에 (거짓말탐지기가) 더 사용됐다면,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부인했다. 박대성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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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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