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에 통과 눈앞, 두산 사업 재편...불법 계엄 탓에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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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사업 재편안을 통과시키려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종전 (분할·합병안에)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해 임시 주총에서 가결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며 "또한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6,000억 원)를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여 신중한 검토를 거쳐 철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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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분할·합병안'도 함께 물 건너가
尹 불법계엄으로 주가 하락해 직격탄
주식매수비용 예상을 훨씬 웃돌 것으로
분할·합병 효과 대비 '비용 과다' 판단
두산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사업 재편안을 통과시키려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눈앞에 뒀던 두산의 사업 재편이 무산된 것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 영향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떨어진 게 직격탄이 됐다. 두산은 계열사를 분할·합병하는 과정에 쓸 주식 매수 비용이 예상보다 커져 사업 재편 효과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尹 불법 계엄에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하락.."비용 예상 초과"
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공시를 통해 "12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 46.1%를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분할·합병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그런데 아예 임시 주총을 없던 일로 하면서 해당 분할·합병안은 무산됐다고 봐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 주총 철회 사유를 두고 "예상하지 못한 외부 환경 변화 때문에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콕 집어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칭한 외부 환경 변화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이다. 그날 이후로 2만 원 초반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만9,000원(4일)→1만8,080원(6일)→1만7,380원(9일)으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날도 1만7,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두산은 분할·합병으로 누릴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커진다고 봤다. 두산은 해당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가가 '2만890원'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주겠다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줬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이 가격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사달라"는 요구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정한 주식 매수 한도는 6,000억 원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종전 (분할·합병안에)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해 임시 주총에서 가결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며 "또한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6,000억 원)를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여 신중한 검토를 거쳐 철회한다"고 했다.
'성공' 목전이었는데...불법계엄이 재 뿌려
두산 사업 재편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신설 법인으로 떼어내고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해 합병하려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두산밥캣 소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시장의 반발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두산에 합병·분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두산은 합병 비율을 변경(1대 0.031→1대 0.043)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냈다. 소수 주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처였다. 금감원은 11월 22일에야 해당 신고서 내용을 받아들였고 12일 임시 주총만 통과하면 사업 재편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불법 계엄 사태가 터져 재를 뿌렸다.
두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주주서한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한 두산 관계자는 "정말 사고를 당한 기분"이라고도 했다. 향후 계획도 정해지지 않았다. 두산은 "앞으로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정확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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