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빠른 탄핵이 경제 살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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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입니다.
12·3 불법 계엄 사태가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예상보다 길고 깊었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의 분석은 뼈아프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중국 경기 호황),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반도체 사이클의 상승세) 때는 외부 순풍에 힘입어 정치적 혼란이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환경이 달라져 불확실성이 크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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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입니다.
수출업체 사장 A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제품 상태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 방한하려던 한 해외 바이어가 갑자기 한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다. 내년 초 일정을 다시 잡자는 말을 믿을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12·3 불법 계엄 사태가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는 예상보다 길고 깊었다. 곤두박질하는 주가와 치솟은 환율이 당장의 위기를 보여주지만 현장에서는 더 많은 것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쏟아진다.
실제 이날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사업 재편안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눈앞에 뒀던 사업 재편이 무산된 건 불법 계엄 사태 영향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떨어진 게 직격탄이었다. 두산은 계열사를 분할·합병하는 과정에 쓸 주식 매수 비용이 예상보다 늘어나 사업 재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불법 계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북한의 존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안에서 위험 요소가 생겼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미 경제 매체 포브스의 수석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의 분석은 뼈아프다. 그는 "한국의 군부 통치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기업의 준비 부족을 떠올리게 했다"며 아시아에서 계엄령이 생각나게 하는 나라 목록에 한국을 올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실제 존재한다고 확인해준 셈이다.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식당이나 쇼핑 장소 등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일행, 필리핀 금융회사 임직원 등을 맞을 준비를 하던 국내 여행사들은 "한국 가지 않겠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무디스, 피치 등 해외 국제 신용 평가 기관들도 현 상황이 길어지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고 해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한다"며 "리스크는 더 하방으로 치우쳤다"고 내다봤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중국 경기 호황),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반도체 사이클의 상승세) 때는 외부 순풍에 힘입어 정치적 혼란이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환경이 달라져 불확실성이 크다고도 했다.
페섹은 불법 계엄 사태를 '윤석열의 절박한 스턴트 쇼'라 이름 붙이고 이것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킬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많은 기업인들은 지금을 절체절명의 위기라 입을 모은다. 중국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매출 부진 속에 새해를 맞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등장까지 겹쳤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 계획을 촘촘히 짜야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기업 관계자들도 "빠른 탄핵"만이 혼돈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기업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데는 한국 사회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민주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 그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며 경제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박상준 산업부장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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