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과 한미동맹, 내년 11월 트럼프 방한이 중요한 이유 [뉴스에 안 나오는 美 대선 이야기]

2024. 12. 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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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6>안타까운 '아메리칸 파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현실화한 '음악이 죽은 날' 비극
실추된 한국 이미지 회복 필요
APEC 회의에 트럼프 참석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그의 임기를 돌이켜 본다면, 최고의 순간은 2023년 4월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일 것이다. 당시 돈 매클린의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노래의 유명 구절인 '음악이 죽은 날'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얼룩지게 만든 지난주 비극을 예고한 대목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미국의 초기 로크롤 스타들이 희생된 1959년 비행기 사고를 언급한 내용이 2024년 한국 정치의 비극까지 확장된 셈이다. 6월 항쟁 이후 37년간 이어온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6시간은 위기에 놓였었다. 민주주의는 쉽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미국은 노예 제도와 남북전쟁을 극복해야 했고, 세계에서 인구 기준으로 가장 큰 민주국가인 인도는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전쟁이 없는 상태인데도 계엄 통치를 경험했다.

과도정부의 수장은 물론이고 차기 한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최대 군사, 경제동맹인 미국 워싱턴에서의 국가 브랜드 회복이다. 한국에는 불행 중 다행인 걸까. 미국은 4년 퇴임 대통령의 레임덕 기간이다. 퇴임 정부는 자신들의 업적을 남기려고 정신없고, 들어설 정부는 인사와 국정 어젠다 설정으로 바쁘다. 고위직 후보들이 FBI 인사검증과 상원 청문회 통과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교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전임자와 달리 민주주의를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독재자를 '강인하다'고 칭찬하는 인물이다.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중미 국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다. 현재는 파키스탄, 태국 등 문민정부를 군부가 수시로 전복하는 국가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태국은 2014~2023년 군부 통치에서도 워싱턴 정가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위기에 빠진 한국이 참고할 사례이기도 하다.

태국은 원만한 대미 관계를 위해 의회에 집중했다. 4년 혹은 8년 임기마다 바뀌는 대통령보다 의원들이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그래서 초임 외교관 시절 미 의회에서 인턴십 경험을 쌓은 인물을 주미 대사로 파견했다. 대사의 주요 임무는 미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막는 한편, 태국에 불리한 청문회나 결의안을 주도하는 미국 정치인에 대한 로비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태국은 유일한 태국계 하원의원이였으며, 현재는 상원의원인 태미 더크워스를 활용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은 태국보다 활용할 자산이 더 풍부하다. 내년 1월 개원하는 미 의회에는 한국계 상원의원이 1명, 하원의원이 3명 존재한다. 물론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한국의 대미 정책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영 김 의원 등 한국계 의원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미 의회 한국 코커스', '상원 한국 코커스', '미 의회 한국 연구그룹'도 불법 계엄으로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미의 두터운 군사동맹 관계도 힘을 보태는 요소다. 미군은 한국에 보병 사단과 공군부대를 파견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도 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임시·과도 정부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끈다면, 그 부분도 한국에 유리하다. 한 총리는 워싱턴에서 3년간 주미 대사로 재직했다. 한 총리의 유창한 영어는 통역가를 대동한 채 이뤄지는 트럼프와의 골프 라운딩보다 효과적이다. 실제로 최근 취임한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은 관세 문제에 대한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영어를 사용했는데, 지난달 당선 축하 전화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한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2025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실추된 한국 이미지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 11개월 안에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지극정성을 다한 걸 본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껄끄러운 VIP인 트럼프의 APEC 정상회의 참여는 한국 민주주의 위상 강화에 힘을 보탤 것이다. 그 역할은 시진핑도 할 수 없고, 오로지 트럼프만 가능하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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