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무정지 상태로… 헌재서 ‘비상계엄 근거’ 법정 다툼 예고
10일 ‘내년 2·3월 조기 퇴진’ 안을 제안한 국민의힘에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하야 대신 법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되더라도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아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를 포함한 향후 정국 운영을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한동훈 대표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해법으로 제안했고, 이날 당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에서 ‘내년 2월 퇴진-4월 대선’ ‘3월 퇴진-5월 대선’ 등 조기 퇴진안(案)을 의원총회에 보고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조기 하야보단 법적 대응을 해보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14일로 예고된 탄핵소추안 표결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2차 탄핵 표결 때까지 윤 대통령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국 안정화 TF가 제안한 윤 대통령 퇴진안에 따르면, 조기 대선은 내년 4월이나 5월 치러진다. 통상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 걸리는 기간(3~6개월)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일정이다. 이런 내용의 조기퇴진 로드맵은 탄핵보다 빠르게 윤 대통령 퇴진과 차기 대선으로 이어진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TF 위원장을 맡은 이양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 이런 방안을 보고하면서 “(탄핵 시) 헌재에서 결론 나는 것보다 빨라야 한다는 점에서 2월 또는 3월 퇴진안이 마련됐다”며 “의원총회에서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한 시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동훈 대표와도 논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도 이날 밤까지 이어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조기 퇴진 로드맵과 관련해 “이것만이라도 받아들이자”면서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의원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구체적인 방안이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과 여론의 탄핵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탄핵 인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퇴진 시점을 제시하지 않으면 탄핵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란 취지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도 “사실 (조기 퇴진을 하더라도) 외교나 군 통수권은 그 기간까지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맹점이 있다”며 “탄핵 외에는 권한을 뺏을 방법이 없어서 그 지점에서 고민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 퇴진론에 대한 비판론을 한 대표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오전에 조기 퇴진안을 공개한 것은 한 대표가 용산(윤 대통령 측)을 향해 탄핵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기 퇴진안을 숙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TF가 제시한 조기 퇴진안에 대해 친한계는 ‘탄핵에 준하는 빠른 사임’을 통해 조기 대선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로드맵으로 제시된) 2월 또는 3월 퇴진은 너무 늦다”면서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즉각 사퇴’ 방안도 건의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는 조기 퇴진안에 부정적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은 임기 단축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1~2년 뒤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의원은 취재진에게 “윤 대통령 주검 위에서 정권 재창출은 힘들 수밖에 없다”며 “2월이든 3월이든 조기 퇴진에 반대한다. 하야든 탄핵이든 실패한 정당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똑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조기 사임 대신 헌재의 탄핵심판 등을 통해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뜻을 국민의힘 측에 전해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14일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재 심리를 통해 민주당의 정부 고위 관료 무차별 탄핵 등 자기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근거 등을 주장하면서 법리적으로 다툴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일부 인사가 윤 대통령에게 ‘버텨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14일로 예상되는 2차 탄핵안 표결까지 며칠 남은 만큼 윤 대통령 측과 한 대표 측 간에 막판 담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안을 거부한다면 탄핵안 가결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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