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강도·살인… 끝없는 어둠 알바에 ‘위장 수사’ 칼꺼낸 日 경찰 [방구석 도쿄통신]

김동현 기자 2024. 12.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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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어둠의 알바’ 日 심각 사회 문제로
경찰 위장 수사 결국 해금될 듯
수사 역사 최초 신분증 위조도 허용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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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의 한 경찰관이 시민에게 최근 횡행하는 야미바이토(闇バイト·어둠의 아르바이트) 범죄를 주의하라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홋카이도신문 디지털

지난 5월 8일자 방구석 도쿄통신과 지난달 23일 본지 국제면 기사를 통해 최근 일본에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범죄 수법, 이른바 ‘야미바이토(闇バイト·어둠의 아르바이트)’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단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돈세탁 등 금융 범죄부터 심하겐 강도·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까지. 올 8월부터 약 석달 동안만 도쿄와 인근 수도권에서 발각된 야미바이토 범죄가 20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연달아 발생한 극악한 야미바이토 범죄 사례들은 아래 기사들에서 확인해보세요.

급전 미끼로 ‘어둠의 알바’… 공포에 떠는 일본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23/UON6WQEP7RA73FQ3WKZEHPKKSA/

한국인도 가담… 시신 불태워 유기한 日 ‘어둠의 알바’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5/08/CDTDXX5WGBCHVLJEP2KDCITHUY/

[기자의 시각] ‘야미바이토’ 주의보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4/05/10/WU7YRHIMUBDAZNKKFLXI2TAAZQ/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한 전철역에 부착돼 있는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트)' 근절 캠페인 포스터/김동현 기자

일본 정부는 횡행하는 야미바이토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의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관련 합동수사본부 설치와 집중 단속에도 야미바이토를 통한 범죄가 끊이지 않자, 법으로 강력히 막아놨던 위장 수사를 해금(解禁)하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 등은 최근 경찰 당국이 가상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만들어 야미바이토 모집책에 직접 접근하는 수사법 도입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야미바이토는 통상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식으로 사람을 구해 살인 등 범행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모집책들은 대개 최초 응모자에게 신분증 사본을 보내도록 요구하는데, 수사원이 가상의 신분증으로 응모해 가담자들을 직접 적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5월 일본 도치기현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 50대 부부 시신 사건 연루자 조직도. 이 사건은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급전을 미끼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요구하는 이른바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트)' 수법을 통해 이뤄졌다. 맨 오른쪽 위 인물은 사건의 '실행역'을 맡았던 한국인 강광기(20)씨./NHK

그간 야미바이토 수사는 실제 범행에 나선 이른바 ‘실행역’이 적발되더라도 이들에게 범행을 시킨 ‘지시역’이나 모집책, 최초의 의뢰자까지 추적하긴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혀 왔습니다. 대부분 보안이 높은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나눠 서로 실명이나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죠.

이에 일본 경찰은 응모자를 가장한 위장 수사를 통해서라면 야미바이토 가담자들을 일망타진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98~2015년 방영된 일본 TV아사히 드라마 '함정 수사관 키타미 시호'의 한 장면/nihon-eiga.com

일본에서 수사원의 신원을 완전히 속이는 방식의 위장 수사가 허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는 2004년 7월 최고재판소(대법원) 판단에 따라 불법 약물, 총기 거래 수사에 한해서만 허용돼 있고 이마저 신분증명 제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단 이유로 신분증 위조 등의 수법은 막혀 있어요. 신분증 위조는 기본적으로 위법이지만, 경찰 당국은 최근 야미바이토 수사에 한해 이를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로 간주하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협의를 마친 상태라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일본 경찰청은 범죄 조직과의 접촉이 수사원의 안전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향후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사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내년 중 본격적인 위장 수사를 개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일본 경찰청/newsgawakaru.com

나아가 경찰청은 지난달 말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편성한 13조9433억엔(약 1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으로부터 6억5000만엔(약 60억원)을 계상(計上)해 야미바이토 방지 대책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위장 수사 도입뿐 아니라, 적발된 가담자의 스마트폰에서 다른 가담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야미바이토 지원 자체를 근절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를 강화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 하죠.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조만간 발표할 야미바이토 근절책을 담은 당 제언에 경찰의 위장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일본 교육 기관들은 도쿄의 한 스타트업이 야미바이토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개발한 게임을 범죄 예방 교육이 도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5일 한 현지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실제 야미바이토 사례를 접하게 함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겠단 것입니다.

일본 미즈호은행/itmedia.co.jp

일본 대형 금융 지주 회사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최근 야미바이토를 통한 돈세탁 등 금융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사내 법률·규제 준수를 감독하던 컴플라이언스 관련 부서를 금융범죄대책부로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300여 명의 직원을 투입해 산하 은행 미즈호은행을 통한 돈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실제 범죄와 유사한 패턴이 포착되면 경찰과 협조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전경/조선일보DB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66~67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농구협회, 선수 아닌 돈만 생각” 일본판 안세영의 작심발언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27/YE33U7S4UZHU7BFOTEY3NFFL3M/

연고도 없는 지방선거 연달아 출마… 日 ‘정치 난동꾼’ 다치바나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2/04/S4GRIPBI2RCTHMC3AKOEYOEB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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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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