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썩었다" 윤석열 발언 공개...'부정선거' 대책단도 만들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유세 연설을 하며 ‘부정선거’를 언급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난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에 더해 윤석열 캠프가 ‘부정선거'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조직까지 별도로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단 3분 후에, 계엄군이 선관위로 들이닥친 이유를 설명해준다. 계엄군은 특히 선관위 서버실에서 사전투표인명부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석열 캠프 문건에도 바로 이 '선관위 서버'가 등장한다.
앞서 뉴스타파는 12·3 내란 선포 직후, 특수전사령부 제3공수여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는 영상(https://newstapa.org/article/BeYFD)을 최초로 공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가 선관위 서버 침탈을 직접 지시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윤석열 연설에 빼곡한 '부정선거' 발언들..."선거관리위원회가 너무 썩었다"
윤석열 후보는 사전투표 당일인 2022년 3월 4일 경북 경주시 유세에서 ‘부정선거’를 거론했다.
윤 후보는 이날 "재작년 4·15 총선 때 국민의 힘이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전 선거가 좀 부정 의혹이 있지 않는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희가 철저하게 감시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는 이어 "만약에 그런 시도라도 한다면 이 사람들 부정 선거를 만약에 획책한다면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강도 높게 발언했다. 여기서 '획책'은 '어떠한 일은 꾸미거나 꾀하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행위를 묘사하는 단어다.
우리 시민 여러분 오늘 사전투표 많이 하셨습니까? 저도 지금 부산에서 오전에 하고 왔습니다. 여러분께서 재작년 4 15 총선 때 국민의 힘이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사전 선거가 좀 부정 의혹이 있지 않는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저희가 철저하게 감시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런 시도라도 한다면 이 사람들 부정 선거를 만약에 획책한다면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북 경주시 봉황대 연설(2022.3.4.)
이틀 후인 2022년 3월 6일, 윤석열 후보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유세 연설을 했다. 사전투표(3월 4~5일)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이날 윤 후보는 "투표 관리는 저는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다른 곳은 썩어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우리나라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상적인 선관위가 맞습니까? 나라가 곪아터지고 멍들어도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여러분.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립지키고 살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며 선관위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곪아터지고 썩었다'는 발언은 선관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 투표 관리는 저는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다른 곳은 썩어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썩으면 민주주의는 망합니다. 우리나라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상적인 선관위가 맞습니까? 나라가 곪아터지고 멍들어도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여러분. 아무리 썩어도 사법부, 언론, 선거관리위원회는 중립지키고 살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기 의정부 연설(2022.3.6.)
'신용한 메모'에 남은 윤석열의 '직접 지시' 흔적들
앞서 뉴스타파는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현 서원대 교수)의 인터뷰와 <부정선거관련 관리대책>이라는 제목의 캠프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관련 기사 : 尹 캠프 '부정선거 대책문건'에 "선관위 서버 확보 및 배후 양정철")
이 문건은 미신에 가까운 '부정선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데, 특히 문건 3쪽에는 ‘(부정선거) 검증과정은 서버 확보, 로그인 기록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서는 선관위 서버 확보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용한 교수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에서는) 자동 개표기라든지 서버단에서 이뤄지는 부정에 대해 굉장히 강한 의혹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윤석열 캠프에서는 부정 선거를 사전 단계, 선거 단계, 사후 단계 이렇게 나눠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특히 사후 단계, 즉 선관위 혹은 야당이 서버단 해킹으로 결과 자체를 조작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한 교수가 작성한 '회의 메모'에서 <부정선거관련 관리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캠프 차원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윤석열 대선 캠프의 ‘전략조정회의’는 매일 아침에 열린 책임자급 실무진 회의로 후보의 일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신 교수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 대선 당일까지 매일 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가 기록한 메모에서 '부정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
2022년 2월 10일 자 신용한 메모에는 '공명선거 안심 투표 위원회(후보님 직속) 2월 11일(금) 14시 30분~' → '2월 14일 일정은 후보 참석 격려'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공식 일정으로 부정선거에 대비하는 대책단의 활동을 직접 지시하고 관리한 사실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햇다.
대선을 이틀 앞둔 2022년 3월 7일 오전 8시, 신용한 메모에는 ‘3월 9일 대선 본선 투표일에 대비해 당사 3층 기조국에 <부정선거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원희룡을 본부장으로 4명의 상근직원으로 구성, 운영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앞서 살펴본 <부정선거관련 관리대책> 문건에 적힌 대책 내용이 실제로 캠프에서 실현된 것이다.
문건 속 대책이 실현된 정황은 또 있다. <조직본부 상황보고(D-5)>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공정선거추진단’이란 이름의 조직이 확인된다. 이 조직은 사전투표 현장을 모니터하고 전국 각 시도당 특이 사항을 보고, 취합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신용한 교수는 “당시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소위 선대본부장급의 아주 중요한 분들이 집단적으로 노이로제에 가깝게 (부정선거에 대한) 굉장한 거부감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대해서 여러 차례 회의 자리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봤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를 필두로 해서 어떤 집단적인, 마치 세뇌된 것처럼 부정 선거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선관위 침탈'도 윤석열의 직접 지시 가능성...국회의원 체포 명분 마련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부정선거 관련 발언의 내용과 수위, 그리고 뉴스타파가 입수한 윤석열 캠프 내부 문건과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12·3 내란 당시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장악을 지시했을 만한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한 명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계엄사령부는 국회보다 더 많은 계엄군을 선관위로 보냈고, 국회보다 훨씬 먼저 선관위를 장악했다. 오늘(10일)까지 나온 사령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국회의원 체포와 구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였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잡아 가두면, 그 명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한 뒤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결과를 만들고, 이런 이유로 야당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국회를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종의 '알리바이'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윤석열의 '망상'은 지난 대선 유세 연설문에도 가득했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뉴스타파 이슬기 fellow-s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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