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사태 주목한 전 세계 외신 "尹 즉시 사임해야"

윤수현 기자 2024. 12. 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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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에 해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국이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최악의 한 수이자 시대착오였다는 NHK의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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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쿠데타 시도 수치스러워, 직책 맡기 부적절"
르몽드 "독재 악몽으로 되돌아가" 뉴욕타임스 "정치적 기능장애"
계엄군 국회 진입에 속보 타전한 외신…5·18 사진 꺼내든 AP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에 해외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국이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최악의 한 수이자 시대착오였다는 NHK의 비판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비상계엄? 수치스러운 일”

윤 대통령이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일 <윤석열은 사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돼야 한다> 보도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뻔뻔스러운 쿠데타 시도를 겪었다는 것은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어떤 직책을 맡기에 부적합하다”며 “특히 대통령직은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일 사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내고 “윤 대통령의 무모한 결정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헌법적 위기에 빠뜨렸다”며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제적 지위, 힘들게 이룬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NHK는 지난 6일 보도에서 “갑작스러운 계엄령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의 신뢰를 해치는 '최악의 한 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 것을 두고 '시대착오'라고 했는데, 이번 계엄령은 '시대착오'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 외신의 공통적인 평가다. 르몽드는 지난 4일 보도를 통해 “한국은 이미 끝났다고 믿어 온 독재의 악몽으로 되돌아갔다”고 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법무부가 윤 대통령 출국을 금지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기능장애가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보도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한·미관계에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다니엘 드페트리스(Daniel DePetris) 칼럼니스트는 지난 5일 뉴스위크 칼럼 <윤석열은 뭘 생각했는가>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크립토나이트(슈퍼맨에 등장하는 가상 물질로 치명적 단점이라는 뜻)가 됐다. 그가 어떻게 정치적 브랜드를 회복할지, 심지어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기파괴적 행위”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한 지적도 있다. NPR은 지난 7일 <여당 보이콧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보도에서 “(국민의힘이 투표에 불참한 것은) 진보진영에 대통령직을 빼앗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대한민국 대통령, 계엄령 실수 후 탄핵 회피> 보도에서 “세계적으로 보수정당이 국가보다 정당을 우선시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제 한국도 그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는 칼 프리드호프(Karl Friedhoff)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 아시아연구 펠로우 인터뷰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후인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주요 외신보도 내용 갈무리. 그래픽=안혜나 기자

계엄군 국회 난입에 외신도 속보 타전...AP “민주주의의 승리”

시민들이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막아선 것에 대해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AP는 지난 9일 보도에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광범위한 권한을 주장했지만 국회와 시민들이 이를 막았다”며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즉시 국회로 몰려들어 계엄령 해제와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민주주의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촛불집회를 두고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민중가요 대신 K팝이 울려 퍼지고, 충돌 없는 평화로운 집회가 진행된 것에 대해 BBC는 지난 6일 “2년 전 이태원 참사로 치명적인 사고를 겪은 적 있어 이번 집회에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했다”고 했다. AFP는 지난 6일 “집회 현장에서 에스파의 '위플래시'가 흘러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이 K팝을 들으며 응원봉을 흔드는 등 댄스 파티를 연상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계엄군이 들이닥친 지난 3일, 외신들은 속보를 통해 이 소식을 빠르게 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일 <한국, 44년 만에 계엄령 선포> 보도에서 “민주주의 봉기로 군사정권이 붕괴된 한국에 충격이 일었다”고 했으며, 블룸버그는 같은 날 <윤석열,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 기사를 내고 “비상계엄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리더십과 신뢰가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AP는 국회 상황을 영상으로 전했다.

구글 트랜드에 따르면 한국 관련 뉴스 관심도(전 세계 기준, 최저점 0점·최고점 100점)는 지난 1일과 2일 각각 8점, 9점에 불과했으나 3일 100점으로 급상승했다. 이어 관심도가 소폭 하락해 지난 6일 32점까지 낮아졌으나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투표가 진행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지난 7일 41점으로 올랐다.

▲1980년 5월18일 계엄군이 광주 금남로에서 한 시민을 연행해 탱크 앞에 무릎을 꿇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군사 독재라는 한국의 어두운 과거도 재조명됐다. AP는 지난 4일 <AP 통신 사진으로 본 한국의 계엄령 역사> 보도에서 군사 독재의 흔적이 남은 사진을 공개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이 민간인을 구타하는 모습과 시신을 끌고 가는 사진, 1960년 4·19 혁명 이후 시민들이 탱크 위에 올라탄 사진 등이 소개됐다.

BBC 역시 지난 7일 <'우리는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계엄령의 충격적 유산>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등대로 여겨지지만, 과거 독재자가 계엄령을 16번 선포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한국 국민이 힘들게 얻은 권리로,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에 시민들이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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