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림원 종신위원 “과장·선동 안해...그게 한강의 힘”

스톡홀름/황지윤 기자 2024. 12. 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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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기념 리셉션 가보니
“한강은 어딨나” 행사장에선 안 보여
9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워터프론트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기념 리셉션' 모습.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600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였다. /황지윤 기자

9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워터프론트 콩그레스 센터 앞은 멋부리고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벨상 수상자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다. 10일 성대하게 치러진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만큼은 아니지만 ‘라운지 슈트(lounge suit)’라는 복장 규정이 있는 만큼 다들 정장을 입고 온 것이다.

초대 손님만 갈 수 있는 비공개 리셉션. 본지는 노벨재단 관계자의 동행 손님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샴페인과 각종 핑거푸드가 제공되는 일종의 스탠딩 파티다. 노벨상 수상자들도 편하게 들르곤 한다. 그해 노벨상 수상자는 시상식에 자신의 손님 10여 명을 초청할 수 있는데, 이들도 리셉션 참석이 가능하다. 이 밖에 노벨상·노벨재단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초대장을 받는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리셉션에는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렸던 5~6시쯤에는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할 만큼 시끄러웠다.

이날 리셉션에서 한림원 종신 위원 마츠 말름과 마주쳤다. 지난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던 인물. 그는 “스웨덴에서 한국 기자를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며 흔쾌히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9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워터프론트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기념 리셉션'에서 만난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 마츠 말름. 지난 10월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도 그가 했다. /황지윤 기자

–한강 작가는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비교적 나이가 어린 편이다. 나이가 어린 것이 한림원 내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나?

“나이 제한은 없다. 그는 유망한 작가(promising author)다. 지금까지 그가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2018년에 올가 토카르추크가 상을 받았을 때 한강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다(당시 56세).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그가 성취한 것이다.”

–문학 사학자로서 한강의 증언 문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강 소설의 대단한 점은 아주 섬뜩하고(gruesome) 끔찍한(horrible) 것을 고결한 언어(virtuous language)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과장하거나 선동(agitating)하지 않는다. 그 점이 증언 문학으로서 아주 효과적이다.”

–국내에서는 한강의 소설이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한림원의 평가는 어떤가?

“노벨문학상은 절대 정치적이지 않다(never political). 정치적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사람들이 정치적이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치나 이데올로기에 좌우되는 상이 아니다.”

9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워터프론트 콩그레스 센터.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캐리커쳐가 밝게 빛나고 있다. /황지윤 기자

잠시 인사를 나눈 한 노부인은 한국 기자라고 소개했더니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좋아한다. 한강을 만나고 싶었는데 안 왔느냐”고 물으며 “이런 시끌시끌한 자리를 그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더니 “우리 아들이 노벨상 수상자”라고 자랑했다. 알고 보니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미 워싱턴대 교수의 어머니 마르시아 베이커씨였다.

올해 ‘노벨 대화 세션’에 초대된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도 얼굴을 비쳤다. 행사장을 나가려는 그를 붙잡고 다시 스톡홀름에 온 소감을 부탁하자 그는 “인터뷰는 안 한다. 너무 피곤하다. 바이” 웃으며 총총 사라졌다. 한강 작가는 이날 리셉션 행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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