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말하면 커피 공짜"…국회 앞 익명의 중년남 '500만원' 선결제[르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늦은 밤까지 열렸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빵과 간식, 핫팩, 쓰레기 봉투 등 시민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개최한 촛불집회는 10일 오후 6시부터 8시40분까지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 인원은 4만명이며, 경찰 측 비공식 추산 인원은 6000명이었다.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에 귀마개, 손장갑 등을 준비한 채 집회 2시간 전부터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강우정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어떻게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통탄스럽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바로서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시간까지 집회 열기는 뜨거웠다. 국회 앞 일대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K-POP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국민의힘 중앙당사로 행진했다. 지나가던 차량들도 리듬에 맞춰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이날 오후 8시15분쯤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오는 13일까지 매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매일 계속된다. 자유통일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오는 14일까지 매일 오후 2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해당 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오는 14일 표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국회 앞 일대에서는 핫팩과 간식, 빵 등 기부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쯤 패딩을 입은 20~30대 시민들 10여 명이 국회의사당역 근처에 모여 흰색 쓰레기 봉투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여성촛불 청소연합'으로 집회 주변 청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자원봉사단이었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청결한 집회 문화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였다.
여성촛불 청소연합 측은 "지난 주말에 집회에 왔다가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혼자 청소하기는 힘들었다"며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서 쓰레기 봉투를 이곳저곳 붙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가로등, 화단, 나무 등 곳곳에 '봉투에 쓰레기를 예쁘게 버려달라'는 문구와 함께 쓰레기 봉투 20개를 설치했다. 집회가 끝나면 이들은 봉투를 모두 수거해 집회 중앙상황실에 전달했다. 미화원 수고를 덜기 위해 쓰레기장 옆에 가지런히 세워놓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여자화장실 선반에도 생필품과 간식이 가득 놓여 있었다. '편히 챙겨가세요' 등의 문구와 함께 쿠키, 간식, 핫팩, 티슈, 쓰레기 봉투 등이 있었다.
30대 집회 참가자 김모씨는 현장에서 간식과 쓰레기 봉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핫팩 봉투를 버리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며 "세심한 배려 덕분에 깨끗한 집회 현장이 되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2시쯤 국회 앞 파리바게뜨 KBS여의도점에는 깜짝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남성이 오는 14일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500만원을 선결제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20~30만원을 선결제하겠다는 연락이 4차례 정도 있었지만 500만원 결제는 처음이었다.
이곳 직원은 "그동안 유명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말하면 무료 음료를 제공했다"며 "이번에 연락오신 분은 이름도 말씀 안하셨다. 계좌 이체할 때도 이름을 바꿔서 할 정도로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파리바게뜨는 오는 14일 500만원이 소진될 때까지 선착순으로 커피 또는 차 종류를 무료 제공할 예정이다. 커피 가격은 약 3000~4000원으로 약 1200잔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민주라는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음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직원은 "주말 집회 이후에 손님이 체감상 2~3배 늘었다"며 "지난주에도 빵, 샌드위치가 모두 매진되서 품질대란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는 넉넉히 구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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