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부수고 끄집어내라”…특전사령관이 숨긴 대통령의 ‘두번째 통화’
특전사령관 “尹지시 받았지만, 병력들 범법자 될까봐 진입 중지시켜”
“계엄 이틀 전 ‘국회·선관위·민주당사·여론조사 꽃 등 6곳 확보’ 지시받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707(특수임무단) 어디로 진입하는 중인가"
"아직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질문과 지시가 담긴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과 단 한 차례의 통화 사실이 있다고 밝혔던 곽 사령관은 10일 밤 뒤늦게 '두 번째 통화'가 있었음을 공개했다. 그는 다만 통화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제한된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계엄 선포 후 마지막으로 걸려온 윤 대통령의 세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곽 사령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두 번째 통화 관련, "대통령께서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해당 통화 시점에 대해선 "제 기억으로는 (4일) 새벽 12시30~40분 어간 때인 것 같다"고 했다.
곽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듣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서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 쏴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 끊어서 못하게 해야 하나' 이런 부분을 논의했고, 현장 지휘관은 '안 됩니다, 제한됩니다'라고 제게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그 부분이 분명히 맞고 옳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들어간 작전 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차마 그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중지시켰다. 중지시키고 이동하는 상황을 보기만 하고 더 이상 작전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곽 사령관과 논의한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사령관에게) 더 이상 무리수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고, 사령관은 '알겠다, 하지 마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곽 사령관은 당시 조치상황을 윤 대통령에 보고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보고를 안 했다"며 "철수할 때 전임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현 상황을 설명한 뒤 철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이 처음부터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내용을 공개한 건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6일 계엄 사태 당일 윤 대통령과 단 한 차례 통화했다며, 대통령이 병력 위치를 묻자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이날 오전 국방위에서 그는 의원들 질의에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고 말을 바꾸면서도, 통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제한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곽 사령관은 이날 국방위가 정회한 뒤 국방위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모처에서 따로 만나 통화내용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속개된 회의에서 "곽 전 사령관이 양심고백을 했다"며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사람들이 무수히 다치고 다 죽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병력 이동을 중지, 현 위치를 고수하고 (국회 본청에) 들어가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이틀 전 내용 알았다…'6개 지역 확보' 지시받아"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되기 이틀 전,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이미 관련 업무를 지시받았다며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 셋(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임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지시에 대해 "머릿속으로만 '아 정말 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구상 정도만 하다가 차마 그 말을 예하 여단장들에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말하게 되면 여단장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당일 투입하면서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는 이게 비상계엄이 아니고 당시 전방에서 어떤 상황이 생겨서 문제가 생기는 가능성이 더 염두가 되는 상황 인식이 더 컸다"며 계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총, 발포, 공포탄, 장갑차 등 단어를 썼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답했다. 함께 출석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같은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한편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은 (계엄 관련 받은 임무를) 사전에 알았다는 점에 대해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며 "계엄 당일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등을 알고 있었지만 휘하 여단장들이 공범이 될까봐 차마 이를 사전에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 제게 공익신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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