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실무편람② 국방장관에게 지휘권 위임? 윤석열의 계엄이 내란인 이유
12·3 내란 당시 계엄사령관과 계엄군을 지휘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지휘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휘권 위임은 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현행 계엄법은 이번과 같은 전국적인 비상 엄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장관에 권한 위임? 법적 검토 없이 진행된 비상계엄
지난 5일 12·3 내란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 / 더불어민주당: 계엄사령관의 보고 계통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는 계통이었습니까? 장관을 경유해서 받는 계통이었습니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 12·3 계엄사령관: 그 당시에는 전군지휘관회의 이후에 장관님께서 직접 이렇게 임무를 주셨습니다.
●김병주 의원: 장관이 지휘했어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네.
●김병주 의원: 그러면 계엄사령관은 대통령께 보고는 한 번도 안 했습니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네, 보고 안 했습니다.
-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2024.12.5.)
박안수 총장은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자신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말했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이제 제가 내려가서 확인한 결과, 그 부분이 조금 조언이 들어와서 장관님께 ‘장관님, 전국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장관님께서 (대통령의) 위임을 받으셔야 되는데 위임받으셨습니까?’ 이렇게 여쭤보고 ‘위임 받았다’는 말씀을 듣고 그냥 그대로 했습니다.”
-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 (2024.12.5.)
박 총장은 국방장관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포고령 발표에 착수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건네준 비상계엄 포고령 1호 초안에 시간만 바꿔 서명한 뒤 곧바로 발령했다. 또 김 전 장관이 군부대를 직접 지시하며 위법한 군사 작전을 벌이는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계엄법, '전국 계엄은 대통령이 지휘·감독' 명시
뉴스타파는 계엄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국방부 장관 등에 위임할 수 있는지 합동참모본부에서 지난해 개정·편찬한 ‘2023 계엄실무편람’과 계엄 관계 법령을 검토했다.
현행 계엄법은 계엄 선포 시 계엄사령관이 누구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제6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계엄사령관은 국방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지역, 즉 국지적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뒤따르는 단서조항에 따르면,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계엄사령관을 지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 계엄은 ‘전국 계엄’이었다. 계엄법에 따르면 당시 법정 지휘·감독권자는 윤 대통령 본인이다. 이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1949년 계엄법이 제정된 이래, 전국이 계엄 지역인 경우,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을 지휘해야 한다는 규정은 바뀐 적이 없다.
과거 계엄법에서는 ‘전국에 준하는 지역’에 계엄이 선포된 경우 국방장관의 지휘 권한을 인정했지만, 전두환 정부 때인 1981년, 계엄법 전면 개정으로 변경됐다. 지역 계엄을 선포한 경우라도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하도록 규정이 손질됐다.
함참 ‘계엄실무편람’은 당시 계엄법 개정의 취지에 대해 대통령 지휘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해설한다.
“계엄시행 면에서 긴급사태 시 전국의 상당한 지역에서 고도의 정책적 결단의 책임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닌 국방부장관이 진다는 것은 책임의 과중은 물론 국가긴급권 제도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으로 해석되어 계엄법 제6조의 규정으로 개정되었다.”
- 합동참모본부 ‘계엄실무편람’ 32쪽 (2023.6.)
다시 말해 전국 수준 계엄의 막중한 책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뿐이라는 것이 합참의 견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에도 국방부 장관의 지휘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엄사령부 안에서 제기됐다. 계엄실무편람 편찬 등을 맡고 있는 합참 계엄과 간부, 참모들이 우려를 표한 것이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계엄 상황실 꾸리고 있는 준비 과정에 보니까 합참의 계엄과장이 내려와서, 전문가입니다. 합참 계엄과장이 조금 전문가입니다. ‘사령관님, 장관님께서 저렇게 지시하시고 하는 것은, 대통령께서 직접 계엄사령관을 지휘해야 하는 건데, 위임을 받으신 건지 분명히 확인돼야 합니다’라고 저에게 알려줘서…”
-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 (2024.12.5.)
그럼에도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았다’는 김 전 장관의 말만 믿고, 법 규정을 거스르는 오판을 했다. 기본적인 법률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장관의 명령에 따라 계엄 포고문을 발표한 셈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전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의 유형 중에서도) 우리나라 전국을 단위로 계엄을 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계엄법 6조에) 단서 조항을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상황이니까 대통령의 지휘·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데 그 권한을 대통령이 다시 국방부 장관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법률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게 가능하다면 일부러 단서조항을 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홍우람 wooramhong@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