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끝, 난민 요건도 끝?… 거세진 '시리아 난민 귀환' 요구

김나연 2024. 12.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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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반군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유럽에서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알아사드의 극적인 몰락으로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세계 최다 난민(시리아 난민)을 둘러싼 논쟁이 즉각 불붙었다"며 "내전을 피해 피란을 떠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귀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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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 줄줄이 시리아 망명 신청 중단
이미 받은 난민 귀환 여부에는 의견 분분
유엔 "자발적·안전·지속 가능 귀환이어야"
독일 난민 신청자 숙소로 쓰이는 베를린의 옛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컨테이너에 9일 저녁 불이 밝혀져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이 반군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유럽에서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부 유럽 국가는 이들의 망명 원인이던 내전이 종식됐다는 명분으로 난민을 돌려보내려 한다. 그러나 국제법상 난민의 귀환은 자발적이어야 할뿐더러, 반군이 넘겨받을 시리아 차기 정권의 미래도 불투명해 안전한 본국 상황을 담보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알아사드의 극적인 몰락으로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세계 최다 난민(시리아 난민)을 둘러싼 논쟁이 즉각 불붙었다"며 "내전을 피해 피란을 떠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들이 귀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 이미 시리아발(發) 신규 난민 신청을 막기 시작했다.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이날 시리아 난민의 망명 심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시리아 난민을 100만 명 이상 받아준 유럽 최대 수용국인데 변심이 시작된 셈이다. 벨기에,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도 이날 시리아 난민 신청 처리 중단을 발표했다.

이미 들어온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독일 내무부는 "많은 난민들이 고향 시리아로 돌아갈 희망이 생겼다"면서도 "시리아 상황은 현재 매우 혼란스럽고, 현재로서는 구체적 귀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시리아로의 질서 있는 송환 및 강제 추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에 거주하던 시리아인들이 9일 하타이주 레이한리 지역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레이한리=AFP 연합뉴스

다만 난민을 강제로 돌려보내기는 어렵다. 유엔 난민협약은 난민이 생명, 자유 등을 위협받을 수 있는 국가로 강제송환되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두고 있다. 강제송환을 하려면 본국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엔난민기구(UNHCR) 가이드라인 역시 '자발적 귀환'을 권고하는 만큼, 비자발적 강제 송환 자체가 국제사회 기준상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기도 하다.

시리아의 '안전한 환경' 자체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전 승리를 이끈 시리아 반군의 주축은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이라는 이슬람 무장 세력이다. 2016년 결별을 주장하긴 했으나,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이력도 있다. 서방은 HTS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만들고 소수파를 억압하는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한다.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만큼 안전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당장 난민 귀환 조건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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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CR도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 상황 개선을 전제로 한 자발적 귀환을 강조했다. UNHCR은 "최근의 진전(내전 종식)은 시리아 국민의 고통이 마침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낙관했다. 다만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난민 다수가 귀향을 망설이고 있다면서 "인내와 경계가 필수적이며, 현지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나아가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귀환이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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