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탐사·오차제로 시계…위대한 도전 계속됐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12. 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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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올해 과학인물 10인'
달 탐사 주도한 리춘라이 등
10명 중 중국 과학자만 2명
원자핵 시계 개발한 페이크
원숭이두창 경고 음발라 선정
트럼프 내년 주목할 인물에

지난 6월 2일 전 세계 우주 과학자들의 시선이 달을 향했다.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 착륙해 토양, 암석 등 샘플 채취에 나선 날이다.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샘플 채취였다. 달 뒷면은 그간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지역이었다. 탐사선이 달 뒤편으로 가면 지구와의 직접 교신이 불가능해 탐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달 뒷면 탐사를 가능하게 만든 신기술은 통신 중계 위성이다. 중국은 오작교라는 이름의 '췌차오' 위성을 발사해 헤일로 궤도에 안착시켰다. 췌차오 위성은 고정된 위치에서 달의 뒷면과 지구를 동시에 바라보며 창어 6호와 지구 관제센터의 교신을 중계했다.

9일(현지시간)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창어 6호 프로젝트를 이끈 리춘라이 중국 국가항천국 박사를 포함해 과학적 성과를 올리고 글로벌 과학 이슈에 영향을 미친 인물 10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네이처는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계 주요 학술지로 꼽힌다.

창어 6호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탄생 비밀을 밝힐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리 박사는 창어 6호 착륙지를 선정한 것은 물론 지구로 가져온 토양 분석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이처는 2011년부터 매년 말 '10대 과학 인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당해 과학 분야의 주요 발전을 이끈 인물들을 선정한다. 에케하르트 페이크 독일 국립 측정표준연구소 박사는 세계 최초로 '원자핵 시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인류의 목표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시간은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한다.

문제는 원자시계조차 1000만분의 1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핵시계는 원자시계보다 최대 10만배 오차를 줄일 수 있다.

바이러스 사냥꾼으로 불리는 플라시데 음발라 콩고민주공화국 국립생의학연구소 박사도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음발라 박사는 원숭이두창이 콩고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대응을 촉구해 공중 보건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레미 람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은 기상예보 인공지능(AI)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럽중기예보센터의 'ENS' 등 기존 기후 모델링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상 예보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쉬후지 중국 칭화대 의대 교수는 면역세포를 유전자교정기술로 편집한 뒤 환자에게 주입해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쉬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치료제로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저렴하고 혁신적인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명단에는 리 박사와 쉬 교수 등 두 명의 중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연구자가 네이처 10대 과학 인물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다. 중국의 과학기술력 발전 속도에 불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명단에는 가짜 논문 등 문제를 제기해 과학계 부정행위 근절에 앞장서고 있는 아나 아발키나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원, 우주 팽창 속도의 비밀을 풀 새 연구를 제시한 웬디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의 임금 인상 운동을 벌인 케이틀린 카라스 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생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소송 승소를 이끌어 낸 코르델리아 베어 변호사와 방글라데시 임시 정부 수반으로 과학 재건의 역할을 받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도 명단에 포함됐다. 네이처는 내년에 주목해야 할 인물 3명도 꼽았다. 주요 과학기술 정책 변화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세대입자가속기(FCC) 건설을 추진 중인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차기 소장인 마크 톰슨, 바이러스 병원체 유전자 공유 플랫폼인 '패소플렉서스' 창립자인 에마 호드크로프트가 지목됐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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