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상용화 `성큼`… 구글, `오류정정` 돌파구 넘었다

유진아 2024. 12.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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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으로 10자년 걸리는 문제
5분만에 처리하는 '윌로우' 공개
상용화 가능성 열려 전세계 주목
구글 차세대 양자 칩 '윌로우'. 구글 제공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지 30여 년 만에 상용화 가능성이 열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슈퍼컴퓨터로 10자년이 걸릴 계산을 단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AI, 신약 개발, 우주 탐사, 군사 기술 등 첨단 산업의 패권을 쥘 열쇠로 양자컴퓨터가 주목받으면서 국가 단위의 연구는 물론 빅테크들도 조 단위 투자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차세대 양자 칩 발표… "양자컴퓨터 시대의 서막"= 9일(현지시간) 구글은 105개의 큐비트(양자컴퓨터의 구성 요소)가 탑재된 새로운 양자 칩 '윌로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해당 칩을 장착한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최고 성능 슈퍼컴인 프론티어로 10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년 걸리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었다고 설명했다. 10셉틸리언년은 1조와 1경, 1해보다 큰 10자년으로, 숫자 0이 25개나 붙은 10000000000000000000000000년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와 작동 원리가 다르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의 조합을 순차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슈퍼컴퓨터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를 따르며, 수천에서 수만 개의 컴퓨터를 동시에 작동시켜 연산 속도를 극대화한 형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적용해 완전히 방식이 다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 중 하나의 상태를 계산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한 입자가 동시에 두 가지 상태(0과 1)를 가질 수 있는 '중첩(superposition)'을 활용해 동시에 연산을 한다. 또 두 개 이상의 입자가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상호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얽힘(entanglement)' 원리를 이용해, 연산 효율을 더욱 극대화한다. 그 결과 연산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성능을 측정할 때 기존 컴퓨터는 비트를,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를 단위로 사용한다.

이번 구글 발표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윌로우에서 사용하는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오류가 줄어들고 시스템이 더욱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윌로우에서 큐비트를 추가할수록 오류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면서 "오류를 실시간 수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기술은 테스트용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실제 적용 사례는 아직 없는 상태다.

◇'꿈의 컴퓨터', 인류 난제 푸나=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연산 성능을 갖춰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양자 컴퓨터 기술을 손에 넣으면 AI·신약·우주·군사 등 미래 첨단 기술 패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단순히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넘어 넘어 초신뢰 통신, 초정밀 계측 등으로 인류가 풀지 못한 과학 난제를 풀 잠재력이 있다. 특히 원자 단위에서 화학 물질을 분석해 신약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수십만 개 후보 물질을 분석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지만, 양자컴퓨터는 이를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해야 하는 AI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에 구글 외에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퀀티넘 등도 관련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IBM은 지난해 12월 1121개의 큐비트를 갖춘 초전도 양자컴퓨터 칩 '콘도르(Condor)'를 발표했다. 이는 이전 모델인 433큐비트 칩 '오스프리(Osprey)'보다 큐비트 수를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밀도를 50% 높이고 큐비트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연세대 국제 캠퍼스에 국내에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MS는 지난달 24개 논리적 큐비트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성 원자를 기반으로 큐비트의 기본 오류율을 41.5%에서 9.5%로 낮추는 성과도 거뒀다. MS는 퀀티넘과 협력해 안정적인 논리적 큐비트를 구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이라는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통해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초전도, 이온 트랩, 중성 원자 등 다양한 양자 하드웨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양자 알고리즘 개발과 실험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양자 기술을 비즈니스에 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자문 프로그램 '퀀텀 엠바크(Quantum Embark)'도 운영 중이다.

◇"이제 막 첫발 내딛은 것"= 구글의 이번 발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이며 기술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슈퍼컴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극복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커스버트 영국 국립양자컴퓨팅센터(NQCC) 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윌로우는 분명히 매우 인상적인 작업"이라면서도 "획기적 발전이라기보다는 중요한 이정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승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윌로우 칩은 양자 오류 정정에서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자 오류 정정은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구글은 이번 성과를 통해 오류율을 임계값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유일한 사례가 됐다. 이로써 양자 오류 정정 연구에서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자 오류 정정이 완벽히 수행되려면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를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구글이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은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오류 정정 기술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구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양자 오류 정정을 대규모로 구현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우위를 확보하려면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현재 구글뿐만 아니라 하버드의 중성 원자 시스템, MS, 퀀티넘, 사이퀀텀(PsiQuantum)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양자 오류 정정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력에 대해서는 "이론 연구는 활발하지만, 실험적인 부분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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