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숲을 되살려야 할 이유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12.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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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공대가 주축이 된 공동연구팀의 열대 자연숲 재생 잠재력을 평가한 논문으로, 위성사진 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멕시코보다도 넓은 2억1500만㏊가 재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는 열대숲 복원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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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숲에서 나오는 이소프렌(isoprene)은 밤에 상층 대류권으로 이동해 낮에 번개로 생긴 산화질소(NOx)와 반응해 미세입자(에어로졸)를 형성해 주위로 퍼지며 구름을 형성하는 핵으로 작용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네이처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COP21) 이후 가장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왔다는 쪽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하면 김이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아무튼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비롯한 기후변화 대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3천억달러(약 420조원) 이상의 연간 분담금을 내기로 하고 아울러 국제 탄소시장 출범을 위한 핵심 규칙에 대한 최종 합의를 본 것은 나름 성과가 아닐까. 배출량이 많은 국가나 기업이 거래국의 산림 보존이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배출권을 사들여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열대숲 복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열대숲은 거대한 탄소저장고(식물체인 생물량으로)일 뿐 아니라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대기탄소 직접포집 같은 첨단 기술이 개발됐지만 아직은 비용이 너무 든다. 결국 식물이 광합성으로 탄소를 포집해 저장(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당사국총회에서도 한 다국적 기업이 모잠비크가 산림 벌채로 크게 훼손된 미옴보숲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돕는 시범 사업을 발표했다.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논문 3편이 실렸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공대가 주축이 된 공동연구팀의 열대 자연숲 재생 잠재력을 평가한 논문으로, 위성사진 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멕시코보다도 넓은 2억1500만㏊가 재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모두를 복원한다면 30년에 걸쳐 234억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번 결과는 열대숲 복원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같은 호에 실린 두 논문은 열대숲에서 내뿜는 이소프렌이 여러 단계를 거쳐 구름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구름은 햇빛을 차단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소프렌은 탄소원자 5개가 뼈대인 작은 분자로 식물은 고온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잎에서 이소프렌을 내보낸다. 지구촌의 숲이 내보내는 이소프렌은 1년에 무려 5억톤에 이르고 특히 남미의 아마존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를 비롯한 공동연구팀은 고고도·원거리 연구용 항공기로 아마존강 유역의 상공에서 형성되는 입자를 관찰해 상층 대류권에서 식물이 내보낸 이소프렌과 번개로 생겨난 산화질소가 반응해 이소프렌질산염이 만들어지면서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한편 핀란드 헬싱키대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장비로 상층 대류권과 같은 조건을 만든 뒤 이소프렌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앞서 논문과 비슷한 반응으로 에어로졸을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하강해 주변으로 퍼지며 구름을 형성하는 핵으로 작용한다.

열대숲 복원은 직접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할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구름 형성을 도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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